덤프트럭에 받혀 브레이크가 파열된 시내버스의 운전사가 살신성인 정신과 기지를 발휘해 많은 승객의 생명을 구했다.
19일 오후 3시10분경 부산 동래구 온천3동 만덕 제2터널 안에서 미남로터리 방면으로 달리던 D환경 소속 15t 덤프트럭(운전사 최영한·51)이 졸음 운전을 하다 앞서 달리던 대도운수 소속 110-1번 시내버스(운전사 서기봉·徐基鳳·47)를 추돌했다.
이 충격으로 브레이크가 고장난 시내버스는 개인택시(운전사 최기훈·60)를 들이받은 뒤 추돌지점에서 500m정도 떨어진 미남교차로 지하철 306공구 공사장 철근더미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 운전사 서씨와 승객 박모씨(63·여)가 숨지고 권모씨(41) 등 나머지 승객 27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승객들에 따르면 숨진 서씨는 트럭에 추돌당한 뒤 버스 뒤쪽에 있는 제동장치 압력조절기가 부서져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자 승객들에게 “손잡이를 꼭 잡고 자리에 앉으세요”라고 외쳤다. 그런 뒤 침착하게 500m의 내리막길을 약 30초 동안 미끄러져 내려가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어 운전석 쪽으로 공사장 철근더미와 충돌했다. 운전석을 뚫고 들어간 철근에 치인 서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숨졌다.
버스 승객 서정희씨(45)는 경찰조사에서 “위기상황에서도 운전사가 침착하게 승객들을 안심시켰으며 다른 방향으로 철근더미를 들이받을 수 있었는데도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일부러 운전석 쪽으로 충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씨의 동료 운전사들은 “서씨가 책임감과 의협심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고 한결같이 말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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