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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음식남녀]신라호텔 '아리아케' 김선미주임

입력 | 2001-07-20 18:42:00


◇신라호텔 '아리아케' 김선미주임-"여성 손맛 깃든 일식 색다르죠"

선미? 착할 선(善)에 아름다울 미(美)?

이름만 듣고 서울 중구 신당동 집을 찾아갈 때만 해도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상상했다. 더욱이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일식 조리사인데….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케(有名)’의 김선미 주임(30). 하지만 기자를 맞은 그는 남자보다 짧은 머리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억센 경상도 억양으로 “너무 덥지예”했다. ‘선머슴’. 그것보다 그를 더 잘 나타내는 말은 없었다.

혹독한 훈련거쳐 주방장 올라

▽김선미는〓진주전문대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91년 입사, 아리아케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다 93년 4월 주방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일식당 여자 조리사는 찾아볼 수 없던 때. 칼질하는 법, 설거지, 재료 다듬기부터 배웠다. 원래 왼손잡이라 오른손 칼질이 쉽지 않았다.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야단도 많이 맞았다. 95년 5월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도 더 배우고 싶어 방송대 가정과를 다녔다.

최근 열린 서울국제요리경진대회 건강·다이어트부문 개인전에서 은어 가지 등 향토음식 재료를 일식으로 만들어 금상 수상. 가장 무서웠던 선배가 현 아리아케 책임주방장인 안효주 차장. 안 차장은 이제 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태권도 사범 출신으로 지금은 서울 마포구에서 피자가게 ‘라투스코’를 운영하는 남편 정태권씨(32)와 14개월된 아들 솔이, 한달씩 머물면서 솔이를 교대로 봐주는 친정어머니, 시어머니와 같이 산다.

▽오늘의 요리〓김 주임의 특기는 회뜨기. 그러나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준비할 수 있는 도미조림과 연두부 무즙소스 튀김, 야채튀김 덮밥을 골랐다.

먼저 도미조림. 손질한 신선한 도미(350g)는 소금을 뿌려뒀다가 끓는 물에 데쳐 남은 비늘을 완전히 벗긴다. 냄비에 도미와 물 2컵, 청주 1컵, 설탕 2티스푼을 넣고 불에 올린다. 끓기 시작하면 채썬 생강과 진간장을 조금 넣는다. 5분 뒤 다시 진간장과 물엿(3분의1컵)을 넣고 조린다. 꽈리고추를 넣고 조금 더 조린다. 수시로 도미살 위에 졸아든 국물을 끼얹는다.

연두부 무즙소스 튀김. 연두부 반모를 물기를 뺀 뒤 전분에 묻혀 튀긴다. 무 200g을 갈아 팽이버섯 은행 목이버섯 조금을 넣고 끓여 소스를 만든다. 연두부에 소스를 얹고 채썬 실파를 놓으면 완성.

야채튀김덮밥도 간단하다. 고구마 양파 단호박 가지 피망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등 야채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튀긴다. 공깃밥에 튀긴 야채를 놓고 가다랑어 국물 4컵, 맛술 1컵, 진간장 1컵으로 만든 소스를 적당량 넣는다.

"어머니 손맛은 아직 못 따라가요"

▽한 가지 고백〓믿어지지 않지만 김 주임이 집에서 ‘요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 결혼후 집들이 때도, 아들 돌잔치 때도 ‘두 어머니’가 다 해줬다. 밑반찬도 하나에서 열까지 친정과 시댁에서 다 얻어먹는다.

김 주임은 “아무리 배워도 두 어머니의 손맛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애교섞인 변명을 늘어놓았다.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