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의원 의석 배분방식에 대한 위헌 결정과 ‘1인1표제’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제도변화는 또한 정치권의 판도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구제 어떻게/중대선거구제 다시 부상
선거법 개정을 위한 여야 협상이 시작되면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변경 문제도 자연스럽게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가 20일 당4역회의에서 “돈 안드는 선거문화,지역주의극복의필요성등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문제를 충분히 반영해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
지난해 초 선거법 개정 협상에서 민주당은 한때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했고 한나라당 내에도 이에 동조하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 올 2월에는 여야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정치개혁모임에서 소선거구제 폐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1등이 되기 위해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뛰어야 하는 현행 소선거구제보다는 중대선거구제가 돈이 덜 들고 지역감정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게 선거구제 개정론자들의 주장.
민주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인 박종우(朴宗雨) 의원은 “1인2표제를 도입하면 비례대표의 선거구 단위는 광역화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지역구 단위도 광역화되는 것이 유권자에게 혼란을 덜 주고 자연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1인2표제와 중대선거구제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며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여야가 비슷한 수가 돼 대치상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도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역구가 넓어지면 돈이 더 들어간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2, 3등도 당선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하에서는 한나라당이 호남 지역을 뚫는 것보다 민주당이 영남지역에서 의석을 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 실제 이유다.
▼1인2표 도입땐/탈당…분당…정계개편 예고
1인2표제의 도입은 정계의 유동성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물과 정당에 대한 투표가 분화되면서 특정후보를 찍더라도 그 후보가 속한 정당에 투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소정당의 활로가 열릴 가능성이 크고 그와 함께 정파의 보스를 희망하는 중진들이 기존정당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유혹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6대 총선에서 3.68%의 득표로 2석을 건진 민국당의 득표율을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50 대 50인 1인2표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대입해 시뮬레이션을 했을 경우 지역구에선 1석을 얻더라도 비례대표에선 5석을 얻어 총 의석이 6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이는 후보득표율과 정당지지율을 동일한 것으로 가정한 것이다.
아무튼 헌재의 이번 결정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술렁거리고 있는 정치권을 더욱 동요시킬 가능성이 높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1인2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동안 당선을 의식해 거대정당의 울타리 내에 안주했던 의원들도 이제는 예전처럼 탈당이나 분당을 망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여야 선거법 협상이 막바지에 달했던 지난해 1월 ‘1인2표 정당명부제 주장의 허구성’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1인2표제가 될 경우 기회주의자들이 준동해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에 지역군소정당이 난립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1인2표 누가 득보나/野분열 가능성…집권당 유리
한나라당 정치개혁특위의 선거법개정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상수(安商守) 의원은 “1인2표제가 도입되면 야당이 분열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상천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인사들도 대부분 같은 견해이다. 이처럼 여야 모두 이번 헌재 결정이 차기 총선에서 여당의 정국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헌재 결정에 따라 새로운 선거방식으로 치러질 17대 총선은 2004년인데 그때 어느 당이 여당이 돼 있을지는 내년 대선을 치러봐야 안다.
1인2표제를 주장해온 민주당으로서는 만약 내년 대선에서 패배, 야당으로 전락한다면 이번 헌재 결정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1인2표제는 17대 총선에서 정국 운영의 안전판이 될 수 있다.
한나라당 역시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1인2표제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