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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월드컵 개최지 한일 20개시 교통사고 사망 비교조사

입력 | 2001-07-20 19:29:00


“버스들은 육중하게 내 곁을 지나쳤고 거대한 차량과 오토바이는 나에게 위태롭게, 가까운 곳에서 쏜살같이 달렸다. 내 심장은 놀라 뛰었고 땀이 흘렀다.”

남편과 함께 99년 여름에 한국을 처음 찾은 미국인 제니퍼 클라이머는 서울에 도착한 직후의 느낌을 지난해 서울시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공모한 ‘서울이야기 수필’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우리 부부만 뺀 모든 사람이 어떻게 돌아다녀야 하는지 아는 ‘미로’에 들어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인천에 사는 회사원 황선규(黃善圭·38)씨는 녹색신호가 들어와도 횡단보도를 바로 건너지 않는다. 정지선을 지키는 차량이 거의 없고 황색신호가 들어오면 오히려 속도를 내서 지나가므로 신호만 보고 움직이다가는 사고를 당하기 쉽기 때문.

그는 “이런 습관이 몸에 밴 탓에 일본 도쿄(東京)에 출장 갈 때마다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지만 정지선을 넘어서 보행자를 불안하게 하거나 신호를 안 지키는 차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의 교통문화는 이처럼 대조적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산하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가 최근 조사한 ‘도시별 교통사고 비교분석’ 연구보고서는 이런 실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내년에 월드컵대회를 개최하는 한일 20개 도시의 교통사고율(지난해 기준)을 비교한 결과 자동차 1만대당 기준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은 10곳은 모두 한국의 도시였다. 전주가 6.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울산(5.6명) 서귀포(4.8명) 부산과 광주(4.2명) 등의 순이었다.

한국의 월드컵 개최도시 가운데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가 가장 적은 서울(2.6명)조차 일본의 개최도시 중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은 삿포로(1.8명)의 1.4배였다. 한일 20개 도시 중 사고율이 가장 높은 전주는 1만대당 사망자가 가장 적은 요코하마(0.9명)의 6배가 넘었다.

교통개발연구원은 월드컵경기를 보러 한국에 올 외국인 관광객을 26만명(평균 10일 체류)으로 추정할 때 이 중 2명이 숨지고 63명이 다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10개 도시의 대부분이 5월과 6월에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이 때가 월드컵기간(5월 31일∼6월 30일)과 겹치는 점을 감안하면 사고를 당할 외국인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임평남(林平南) 소장은 “월드컵 같은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하고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대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