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모든 국민이 집에 앉아서 인터넷에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전국의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각종 서적과 정기간행물 및 논문을 검색하고 그 내용을 읽어볼 수 있다. 필요하다면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다. 유료 정보는 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를 통해 사용료를 저작권자에게 지불하면 된다.’
이것은 정부가 추진중인 ‘도서관 정보화 추진 종합계획’이 내년말 마무리되면 실현될 ‘안방도서관’ 모습이다.
306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계획은 국립중앙도서관, 공공도서관 및 일부의 시범학교도서관 및 문고에서 소장 도서의 목록과 주요 도서의 목차 및 원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책을 컴퓨터로만 볼 수는 없는 일. 정부도 도서관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1997년까지 10억원에 그쳤던 정부의 공공도서관 자료구입 지원비가 2001년에 50억원에 이르렀고, 문화관광부는 2002년 예산으로 150억원을 신청해 놓고 있다. 현재 400개인 공공도서관의 수도 2011년까지 75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1991∼1999년 사이에 620억을 투입해 199개의 공공도서관이 새로 건립됐고 2000년에 64억원으로 11개소, 86억원으로 2001년에 18개소가 세워졌다.
문제는 정부가 도서관 정보화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정작 기본 콘텐츠인 책에 대한 지원이 소홀하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이치주 정보담당관은 “도서관 정보화사업은 국민 개개인이 도서관을 찾아가지 않고도 도서관 서비스를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도서관 정보화 예산 중 자료구입비로 책정된 555억원에서 50%는 각 도서관에서 책을 살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출판계와 학계,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한국출판인회의의 김언호 회장(한길사 대표)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출판 상황을 고려할 때 머지않아 정보화할 콘텐츠 자체가 고갈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생적인 문화생산 기반을 마련하려면 저자와 출판사들이 책을 펴내는 것만으로 최소한의 생계가 해결되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양서 한권이 출간될 경우 3000권 이상씩 안정적으로 소화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현재로서는 학술서적은 초판 인쇄부수가 500∼1000권 정도에 불과하고 이같은 분량이 완전히 소화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최소한 연간 400억원 이상의 공공도서관 도서자료 구입비가 확보되고 도서관을 더 많이 건립해야만 ‘3000권 소화’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최근 2002년도 문화관광부 예산에 대한 1차 심의를 끝내고 예산을 대폭 삭감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도서관 건립비 100억원은 대폭 축소 대상에, 공공도서관 도서자료 구입비 150억원은 전액 삭감 대상에 올라 있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도서관 컨텐츠 확충과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을 비롯해 문화개혁시민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문화단체들은 크게 반발하며 16일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정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는 성명서를 정부측에 전달해 놓고 있지만 어느 정도나 반영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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