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양반도 유관순 열사는 알아도 안희재 선생은 잘 모르지? 의친왕 때 ‘대동상회사건’이라고 있었어. 경북 영주시에서 비밀리에 독립운동자금을 모금하던 대동상회의 주인이던 안 선생은 일본 경찰의 모진 고문을 받고 석방된 후에도 독립운동에 헌신한 분이셔.우리의 교육이 굵직한 역사만 다루는 탓에 안 선생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 열사 못지않게 훌륭한 분임에 틀림없어.”
43년째 이름 없이 스러져간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사 발굴작업을 하고 있는 이명호(李明浩·73·경기 광명시 광명1동)옹.
이옹은 일제 강점기에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들 치고 제대로 교육을 받기는커녕 최소한의 생계조차 잇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이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북한지역에 들어가 있는 경기 연천군 상영면에서 태어난 이옹은 1948년 홀로 월남했다. 부농의 자식인 탓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후 갖은 탄압을 견디다 못해 내린 결정이었다.
서울 외삼촌집에서 기숙하던 이옹은 6·25전쟁이 일어나자 국군에 입대, 사선(死線)을 넘나들다 제대했다.
그 후 여러 잡지사에서 일한 이옹은 이때부터 우리의 역사나 향토사 자료수집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으며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발굴에 매진했다.
“기자들의 원고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던 일을 하다 우연히 독립운동 관련 서적들을 접하게 됐는데 우리가 모르는 독립운동가들이 아주 많더군. 그런데 제대로 정리돼 있는 자료나 책들이 없는 거야.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발벗고 나서게 됐어.”
각 대학도서관은 물론 국회도서관과 국립도서관을 드나들며 독립운동가 관련자료들을 찾아내 연도, 이름, 체포일시, 재판날짜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생존해 있는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들을 찾아 나서는 일도 병행했다.
대구 출신으로 1919년 만주로 망명, 김원봉 선생 등과 함께 의열단(義烈團)을 조직해 활발한 독립투쟁을 벌였던 서상락 선생을 찾아낸 것도 이때. 천신만고 끝에 서 선생의 외손자를 찾아내 이 같은 사실을 알려줬고 정부로부터 국가유공자로 인정돼 애국장(愛國章)을 추서받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이옹이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들을 찾아내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게 도와준 것만 지금까지 500여건이 넘는다. 그는 “여생 또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분들을 찾아내는 일을 위해 보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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