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天災)냐, 관재(官災)냐.’
23일 서울시를 방문한 국회 재해대책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수재에 대한 서울시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질타하며 ‘관재 책임론’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수방 대책에 만전을 기해왔지만 시간당 강우량을 기준으로 볼 때 200년 빈도로 발생한 집중폭우로 빗물 처리용량이 부족해 주택가 침수 등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천재’라고 맞섰다.
사회봉을 잡은 김영진(金泳鎭·민주) 위원장은 이날 고건(高建) 서울시장의 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서울시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며 ‘군기’를 잡았다.
정인봉(鄭寅鳳·한나라당) 의원은 “서울시는 이번 수해를 ‘재수가 없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서울시 보고는 진지한 반성에 따른 대책은 없고 변명뿐”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장마철만 되면 물난리가 날 수밖에 없는 재개발 현장의 주민들을 미리 이주시키는 대책을 제시했다.
유재규(柳在珪·민주당) 의원도 “98년 수해로 인해 뚝섬, 휘경, 면목 펌프장 등에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됐다”며 “그런데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면 자동화설비는 무용지물이 아니었느냐”고 따졌다. 이정일(李正一·민주당) 의원도 “올림픽을 치렀고 내년에 월드컵을 개최하는 우리나라에서 300㎜ 강우량에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은 심히 우려되는 사태”라고 거들었다.
이재창(李在昌·한나라당) 의원은 “전기안전공사의 보고에 따르면 서울시의 가로등 부적합률이 64.3%로 경남(1.5%), 광주·전남(2.9%)에 비해 턱없이 높다”며 “도대체 서울시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했다.
의원들의 질의가 2시간반 동안 계속됐다. 고 시장은 “펌프장 및 감전사고에 대한 전문가 조사반의 정밀 진단이 마무리되는 대로 수해예방 시스템을 더욱 과학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내년 대선 정국을 눈앞에 둔 고 시장에게 이번 수해는 최대의 정치적 시험대로 떠올랐다는 게 서울시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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