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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6집 '해빙'낸 조규찬 "서른 잔치 가볍고 편안하게…"

입력 | 2001-07-23 18:32:00


가수 조규찬(30)이 새 음반(6집)의 타이틀을 ‘해빙’으로 내세웠다. 가슴 속에 얼어붙었던 그 무엇이 녹아내린다는 것. 음악적으로 그만큼 큰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동안 제 음악의 폭이 너무 좁았어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무겁기도 했구요. 새 음반은 그런 좁고 무거움에서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타이틀곡 ‘베이비 베이비’는 대만 가수 데이빗 타오의 히트곡을 번안한 노래. 작사는 가수 윤사라가 맡았다. 조규찬이 1993년 첫 음반 ‘따끈했던 커피 조차도’을 낸 이후 직접 작사 작곡하지 않은 노래를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

“녹음 전에 데이빗 타오의 노래를 듣자마자 새털 같은 가벼움을 느꼈어요. 무엇보다 곡이 이뻤어요. 그러면서도 음색, 창법, 곡 스타일이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베이비 베이비’는 달콤한 분위기의 노래다. 비음 섞인 조규찬의 목소리도 매력적. 게다가 절제된 악기 편성이나 단아한 편곡이 매우 편안한 느낌을 준다.

조규찬이 99년 발표한 5집 ‘삶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은 무겁고 메시지가 강렬했다. 그는 이 음반에서 ‘자신에겐 관대한 어리석은 정의’ ‘사랑마저 돈으로 입력한다면’ 등의 가사로 세상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담은 바 있다.

그런 그가 새 음반에서 변화를 시도한 이유는 뭘까?

조규찬은 “내 마음이 스스로 편안함을 지향했고, 그것을 내 음악적 촉수가 어루만졌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편안함으로 변화하는 데는 고통이 뒤따랐다. 노래를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며칠씩 보내기도 했다. 그는 “듣기는 편안한 노래인 반면 만드는 작업 과정은 힘들었다”며 “특히 10여 년 간 나를 지배해온 까닭 모를 무거움의 껍데기를 벗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조규찬은 팬보다 뮤지션 사이에서 더 유명하다. 뮤지션들은 그를 음악적 기초가 탄탄한 가수이자 작곡가로 인정한다. 이문세의 ‘향수’, 김현철의 ‘나나나’, 박선주의 ‘소중한 너’ 등이 그의 작품.

그는 늦가을이나 겨울에 라이브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내 변화를 서둘러 알리기보다 팬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무렵 공감의 마당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