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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투자자에게]대한전선 이청용 사장 "수출로 불황타개"

입력 | 2001-07-23 18:34:00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22층 짜리 대한전선 본사 건물에는 ‘대한전선’이라는 간판이 없다. 연 매출이 1조가 넘는 국내 2대 전선 생산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가 아닐 수 없다.

‘본사 건물에 간판이 없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이 회사는 그만큼 스스로를 외부에 알리는 데 인색하다. 외양 보다는 내실을 지향하는 전통적인 회사 분위기 탓이다.

‘홍보에 신경 쓰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기술개발에 힘써 실력으로 평가받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 대한전선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데는 이런 숨겨진 이유가 있다.

올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청용(李淸龍·59)사장은 “올해 초 많은 사람들이 내수 부진으로 대한전선이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우리는 일찌감치 수출에 눈을 돌려 불황을 타개했다”고 자평했다.

실제 대한전선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꽤 좋은 실적을 거뒀다. 광케이블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올들어 수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인수한 남아공 현지생산법인에 광케이블 공장을 준공해 5년동안의 매년 30만f㎞의 광섬유를 공급하기로 했다. 파이버(fiber)㎞의 약자인 f㎞는 한 가닥의 광섬유가 1㎞ 깔리는 것을 뜻한다. 몽골에서는 SK텔레콤과 합작법인인 ‘SKYTEL’사를 설립해 몽골 이동통신 시장의 35%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UAE와 이라크 대반 등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다. 광섬유 광케이블 등 ‘광’ 분야 매출은 올해 상반기 500억원이며 올해 전체로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성장한 1300억원이 예상된다.

또 이같은 실적호전은 설비투자의 증가로 이어졌다. 대한전선은 현재 연간 100만f㎞ 수준인 광섬유 생산규모를 2002년까지 500만f㎞로 증가할 계획이다.

연초 6490원으로 출발했던 주가는 20일 현재 1만1100원까지 올랐다. 연초에 비해 71%나 상승한 것. 적정주가를 묻는 질문에 이사장은 “IMF이후 어떤 기업보다도 충실히 구조조정을 해왔고 또 올해 수출을 통해 실적을 대폭 개선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주가는 너무 저평가된 상태로 최소한 2만원대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경영실적 (단위:억원)

연도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1999

13,444

818

275

2000

12,732

788

262

2001

13,000

1,100

520

※주:2001년은 추정치

SK증권 서진희 애널리스트는 “대한전선의 주가가 업계 평균보다 저평가된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호전된 실적 등을 감안하면 1만5000원까지는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태홍 선임연구원도 “올해 말까지는 중국의 광케이블 공급 부족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대한전선의 올해 전망은 상당히 밝다”며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3%정도 좋아질 전망이며 이밖에 각종 지표를 감안하면 적정주가는 1만7000원선”이라고 전망했다.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