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본전, 지면 망신살이니….”
2001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에 출전중인 브라질이 24일 온두라스와의 8강전을 앞두고 깊은 시름에 빠졌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온두라스는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땐 팀이 아니다. 대회 불참을 선언한 아르헨티나 대신 급하게 소집돼 대회 개막 하루가 지나서야 콜롬비아에 도착했고 그나마 스타 선수들이 줄줄이 빠진 말 그대로 B급 팀이다. 특히 팀 절반인 10명이 온두라스 국내 리그 준결승에도 한 번 못오른 모타구아 클럽에서 차출된 선수들이다.
그런데도 브라질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은 이번 대회에서 온두라스가 ‘강팀 킬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 온두라스는 코스타리카와의 대회 예선 첫 경기에서 0-1로 패했으나 다음 경기부터 주전 미드필더 오스카 라고스가 마약 복용 혐의로 추방된 가운데도 볼리비아를 2-0, 우루과이를 1-0으로 완파했다. 특히 우루과이는 대회 정상에 14번이나 올랐던 강팀으로 23일 코스타리카를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상황이 이렇게 돼자 브라질로선 마치 ‘도깨비 팀’과 싸우는 기분일 수 밖에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브라질은 루이스 필리페 스콜라리감독이 준결승때 벤치에 앉지 못하게 됐다. 19일 파라과이와의 예선때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해 1경기 출장정지 명령을 받은 것.
대회 장소인 마니잘레스가 해발 2500m의 고지대인 점도 브라질에겐 치명적인 핸디캡. 이 때문에 브라질은 경기 시작 90분전 경기장으로 이동해 8강전을 치른후 곧바로 이 도시를 탈출한다는 궁여지책을 내놓았다. 신체가 고지대의 악조건에 영향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4∼5시간 후라는 과학적인 분석에 따른 판단이다.
한편 우루과이와 멕시코가 2001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 4강에서 맞붙게 됐다. 우루과이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콜롬비아 아르메니아에서 열린 8강전에서 파울로 완초페를 앞세운 코스타리카에 2-1로 역전승해 칠레를 2-0으로 완파한 멕시코와 26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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