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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순진남-과격녀의 만화같은 사랑 '엽기적인 그녀'

입력 | 2001-07-23 18:35:00


‘엽기적인 그녀’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할 무렵의 젊은 남녀가 보면, 웃으며 극장 문을 나설 수 있는 영화다. 이들이라면 영화에 대해 이것저것 따지기보다는 영화속 주인공인 ‘견우’와 ‘그녀’의 만화 같은 사랑 이야기에 기꺼이 빠져 들 테니까. ‘내 남자 친구가 견우 같다면….’ ‘그녀가 내 여자친구였다면….’ 하는 유쾌한 상상도 곁들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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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과 전지현의 팬들에게도 ‘엽기적인 그녀’는 역시 즐거운 영화다. ‘N세대’의 두 스타에게 기대어 만들어진 영화답게, 차태현과 전지현이 한껏 망가지는 모습부터 매력적인 모습까지 원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태현의 열성 팬이라면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차태현의 ‘누드’(!)와 온갖 코믹한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표 값이 아깝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엽기적인 그녀’는 겨냥하는 관객층도 뚜렷하고, 철저히 흥행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다. 등급도 ‘15세 이상 관람 가’.

내용에 따라 영화를 ‘전반전’ ‘후반전’ ‘연장전’으로 나눈 것이라든가 중간중간에 ‘그녀’의 시나리오 습작들을 코믹하게 상상한 ‘영화 속 영화’ 장면을 삽입한 것도 ‘호흡이 짧은’ 요즘 세대의 감각을 겨냥한 구성이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다소 유치한 내용도, 작위적 느낌이 강한 마지막 ‘반전’도 이들에게는 유쾌하고 재미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정통 청춘 멜로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만들었던 곽재용 감독은 정작 이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웃음이 많이 들어간 멜로’ 쯤으로 끌고 가고 싶었던 듯하다. ‘전반전’과 ‘후반전’이 폭소를 유발하며 ‘엽기발랄’하게 전개된 것과 달리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영화는 멜로로 흐르며 느려진다.

할리우드의 초대형 블록버스터들에 맞서 영화 성수기에 도전장을 낸 ‘엽기적인 그녀’가 한국 영화로서 ‘신라의 달밤’에 이어 올 여름철 흥행에 성공할지 궁금하다. 27일 개봉.

sjkang@donga.com

▼영화와 원작 뭐가 다른가▼

영화는 해피엔딩, 실제 상황은 ‘진행 중’?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1999년 PC통신에 김호식 씨(27)가 올려 인기를 모은 실제 연애담이 원작. 지난해 ‘엽기적인 그녀’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던 김씨는 올 가을쯤 속편 출간도 검토 중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견우’는 김씨의 아이디 ‘견우94’에서 따온 것. 영화 내내 이름이 나오지 않는 ‘그녀’는 김씨가 99년 5월부터 10월까지 사귀었던 여자친구다. 김씨는 “그녀는 S여대 95학번”이라고만 밝혔다.

‘견우’라는 순진한 복학생이 씩씩하고 과감한 ‘그녀’와 만나 사랑하게 되는 영화의 큰 줄거리는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절반쯤 허구.

지하철에서 ‘그녀’의 토사물을 치워주다 만나고, 만난 지 2박3일 동안 2박을 ‘엉겹결에’ 여관에서 보낸 영화속 내용은 모두 실화.

견우와 ‘그녀’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적은 편지를 ‘타임캡슐’에 넣은 뒤 2년 후 만나 확인하기로 하고 헤어지는 것도 김씨의 얘기다. 영화와 달리 이 약속은 그에겐 ‘진행형’이다. 올 10월 그는 강촌에 묻어둔 2년 전 ‘마음’을 확인하러 간다. 물론 현재 그에겐 다른 여자친구가 이미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