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부(劉常夫·59·사진) 포철 회장은 요즘 ‘마음속의 계산기’를 자주 두드린다. 세계 철강시장 상황이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
포철은 한국 기업 중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기업중 하나. 포철이 4월에 이어 25일에도 경영계획을 수정 발표하는 것에 대해 세계 산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도 포철의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포철은 올초 경영실적 전망부터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매출(11조5658억원), 순익(1조2120억원) 규모를 호황이었던 지난해보다 약간 내려 잡았던 것. 막상 뚜껑을 여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그는 4월에 경영목표를 매출 11조3659억원, 순익 1조1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25일엔 또다시 매출액과 순익규모를 낮추는 경영목표를 제시할 계획이다. 포철의 2차 수정 목표에서는 올 순익규모를 8000억원대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철은 98년에 순익 1조1230억원을 올린 후 99년(1조5580억원), 2000년(1조6370억원)을 거쳐 내리 3년간 ‘순익 1조원대 시대’를 열었다. 이번 수정 발표로 ‘순익 1조원 행진’이 올해는 이어지지 못함을 선언하는 셈이다. 포철은 민영화 이후 첫 회계연도에서 이 같은 고전이 지속될 경우 지분의 59%를 가진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이 어떻게 변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클래식음악 감상이 취미인 유회장은 요즘 오디오 볼륨을 조금 낮추며 마음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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