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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첼리스트 장한나 "음악은 끝없는 자신과의 경쟁"

입력 | 2001-07-24 18:36:00


-올 9월부터 하버드대에 진학한다고 들었습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글쎄요, 가서 부딛혀 봐야겠죠. 그런데 미리 밝혀드릴 일이 있어요. 올 9월이 아니라 내년 9월에 입학하게 될 지도 몰라요. 지금 하버드대 교무처와 의논 중이에요.”

-이유는 뭐죠?

“SAT (한국의 수능시험에 해당) 성적이 좋게 나온 덕분에 하버드대 쪽에서 먼저 입학 제의가 와서 덜컥 진학을 결정했는데 지금의 바쁜 연주 일정으로는 곤란한 점이 많아요. 대학에 입학하면 기숙사 생활도 해야 하고…. 그래서 1년쯤 조정기간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진학하면 어떤 학과가 되죠?

“인문학 쪽이죠. 철학이나 문학이 될 거예요. 지휘자 로린 마젤 등 여러 음악계 선배들이 ‘예술가로서 내면적 성숙을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라’고 조언하셨어요.”

-평소 독서를 많이 한다는데 요즘 읽는 책은?.

“지금 읽고 있는 것은 톨스토이의 ‘예술론’, 버지니아 울프의 ‘제이콥의 방’ 이예요. 톨스토이 예술론은 글쎄요, 음, 도덕주의적인 것 같네요.”

-남는 시간은 어떻게 보냅니까?

“롤러 블레이드를 즐겨 타요. 집 가까이 경관 좋은 호수가 있는데 그 주위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 바퀴 돌면 기분이 상쾌해지죠.”

-최근 지휘자 지우제페 시노폴리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타계했죠. 장한나양은 그와 같이 활동했던 적이 많았는데….

“저를 일찍이 이끌어 주신 로스트로포비치나 마이스키 선생님도 그렇지만, 시노폴리도 제게 정신적 아버지와 같은 분이예요. 저와 협연할 때는 ‘나를 위해 앙코르를 해다오’라고 주문했고, 앙코르 연주 때는 무대 뒤로 퇴장하지 않은 채 서서 연주를 들어주곤 하셨죠.”

-구체적으로 어떤 가르침을 주었나요?

“예를 들면, 슈만 협주곡을 협연할 때는 드레스덴에서 슈만이 걷던 길을 알려주면서, 그곳을 걸으면 좋은 곡 해석이 떠오를 거라고 가르쳐 주셨고, 독일 낭만파 그림책을 선물하기도 하셨죠. 그렇게 작품 배경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셨어요.”

-최근 소프라노 조수미씨는 프랑스의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가 라이벌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목소리의 특징이나 레퍼토리 등이 비슷하고 활발한 음반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나에게 경쟁자가 있다면?

“데카르트가 그랬다죠. ‘비슷한 것이 두 개 있으면 본능적으로 비교를 하게 된다’고. 그런데 비교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각자 가지고 있는 본질에서 벗어나게 돼요. 음악가의 경쟁은 자기와의 경쟁일 뿐, 의식해서 경쟁자를 상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수미 언니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다음 번 음반을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로코피에프의 첼로 소나타와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녹음하게 됩니다. ‘신포니아…’는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죠. 내년 3월로 녹음이 계획돼 있어요.”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뭇 어른스러워진

장한나의 전국 순회연주회는 8월13일 대구시민회관, 14일 울산 현대예술관, 15일 청주 예술의전당, 17일 춘천 백령문화관,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일 부산 문예회관, 21일 수원 경기도문예회관에서 열린다. 개막시간은 오후 7시반. 리햐르트 시트라우스 소나타 작품6, 슈만 ‘환상소곡집’(판타지슈튀크) 작품73 등 두 곡의 대곡과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즈’ 등 소품 7곡이 준비됐다. 피아노 다리아 호보라. 서울공연 02-580-1300, 2만∼7만원. 지방공연 02-720-6633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