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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김정일 방러]러-한반도 철도연결 '현장검토'

입력 | 2001-07-26 18:33:00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는 15년만에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왕복 2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철도 여행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측의 설명이 없기 때문에 갖가지 풀이가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의 한 소식통은 26일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생전에 아들 김 위원장에게 ‘꼭 시베리아를 횡단하라’고 권유했다”며 ‘유훈설(遺訓說)’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가 항일투쟁을 했고 자신이 자란 러시아의 극동지역을 직접 보기 위해 열차를 택했다는 풀이도 있다.

러시아의 관영 ORT방송은 “김 위원장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철도의 연결 사업을 검토하기 위해 직접 열차를 타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방송은 “김 위원장이 비행기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보도했으나 김 위원장이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주장 또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두만강 철교를 건너 러시아쪽 하산역에 도착한 특별열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은 플랫폼에서 러시아의 전통적인 손님맞이 방식에 따라 민속의상을 입은 여성으로부터 빵과 소금을 대접받은 후 장미꽃 다발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라리자 데네스코라는 이 여성으로부터 사진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기도 했는데 이 사진은 데네스코가 13년전 하산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에게 꽃다발을 바치는 장면.

김 위원장은 러시아 고위관리들과 함께 역사 안에서 40분간 머문 후 열차에 올라 자신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하바로프스크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이용하는 특별열차는 17개의 객차가 연결된 방탄열차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철도는 표준궤(1435㎜)로 광궤(1520㎜)인 러시아 철도와는 달라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하산역에 머무르면서 조정작업을 했다.

러시아측 관계자는 “열차는 북한측이 직접 운행하며 안전을 고려해 열차 이동 상황은 비밀”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대표부의 이고리 콜로메이체프 대변인은 “특별열차가 도중에 김 위원장의 즉흥적인 지시로 여기저기에 멈추게 될 것”이라며 이번 여행이 매우 가변적일 것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하산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9400㎞를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해 열흘간 이동하면서 몇몇 도시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6일 밤 한때 자신과 부친이 거주했던 하바로프스크에 열차를 세웠다. 아무르 강변의 러-중 국경도시인 하바로프스크는 극동지구 대통령 대표부가 있는 행정중심도시이며 북한의 임산대표부가 있다.

하바로프스크 근교에는 1940년대 ‘김일성부대’로 불렸던 88특별저격여단의 주둔지가 있다. 김일성은 88여단의 제1교도영장(대대장)으로 300여명의 항일유격대를 지휘했으며 김 위원장도 이 부대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언론은 김 위원장이 탱크제조공장 견학차 시베리아의 옴스크와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는 연형묵(延亨默) 국방위원회위원 겸 자강도 당위원회 책임비서 등 150여명이 수행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그러나 북한측과 러시아측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일정과 마찬가지로 수행원에 대해서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연 위원이 수행한 사실도 러시아 현지 TV방송의 하산역 환영행사 보도에 의해 확인됐다.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