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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DJ정부 '색깔론 협공'에 곤혹

입력 | 2001-07-26 18:39:00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을 내걸고 출범한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시각차가 존재한다. 이 또한 김대중 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한 요인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현 정부에 대해 노동계 및 진보적 시민단체는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재계 및 한나라당은 “사회주의적 정책을 펴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정책에 대해서도 양측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우선 노동계와 진보적 인사들은 “정부가 신자유주의의 시장 만능주의에 빠져 일방적인 정리해고와 ‘가진 자’ 위주의 정책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2일 “신자유주의 음모 분쇄” “민주노총 탄압 중단” 등을 외치며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또 참여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273개 시민단체들은 11일 시국선언대회를 갖고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인해 국민생활이 총체적 파탄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등 문인들도 지난달 23, 24일 인천에서 열린 ‘2001 전국문학인대회’에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구조조정을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반면 한나라당과 재계의 상반된 이념공세도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민중주의적색채가짙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24일 인천 시국강연회에서 “(현 정부의) 낡은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부채가 급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대기업측 논리를 대변하는 자유기업원의 민병균(閔丙均)원장은 5월6일 ‘시장경제와 그 적(敵)들’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통해 “‘민중’의 입장에서는 개혁일지 몰라도 이는 분명 자본주의의 근간을 침식하는 체제변혁적인 것”이라며“좌익이 더 이상 국정을 농단하지 못하게 우익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우익궐기론’을 주창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과 같은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상호연대하는경향도나타나고있다.

양 진영의 협공에 대해 여권은 난감해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어느 한쪽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지금의어려운현실”이라고말했다.

서강대 유석진(柳錫津·정치경제학) 교수는 “국내외적 상황으로 볼 때 현 정부가 어느 한 방향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좌우로 흔들리면서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게될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강대 유석진(柳錫津·정치경제학) 교수는 “국내외적 상황으로 볼 때 현 정부가 어느 한 방향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최소한 몇 가지 핵심정책만이라도 흔들리지 말고 임기 말까지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yyc11@donga.com

▼김만제의장 "말로만 시장경제"▼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의장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양 극단의 이념적 평가를 받는 이유를 “이율배반적이고 무원칙적인 정책 집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자를 봐주는 듯한 정책을 펴다가도 무원칙적인 구조조정으로 실업자를 양산하니 노동자들이 심한 배신감에서 ‘신자유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의장은 부실은행을 제쳐둔 채 진행된 국민-주택은행간의 합병 추진이나 교육 개혁 과정에서 대체 인력도 없이 2만5000여명이 교단을 떠나게 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김 대통령은 말끝마다 시장경제를 떠들지만 재벌의 출자한도를 제한하고 부실은행의 정부 지분을 늘리는 등 반시장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특히 국민연금 확대 실시와 의료보험 통합 추진,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등은 세계적 추세와는 거꾸로 가는 ‘낡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 정권 들어 선심성 복지 예산이 늘고 이로 인해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회주의적 정책의 폐해”라고 강조했다.

eodls@donga.com

▼이해찬 정책위의장 "막연한 비판 말라"▼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정책위의장은 “지금 사회주의가 세상 어디에 남아 있느냐”며 “야당이 (정부 정책을)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색깔론으로 몰고 가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나쁜 비판”이라고 공박했다.

이 의장은 “비판을 하려면 복지정책에 치중하는 것 자체를 두고 무엇무엇이 잘못됐다고 얘기를 해야지, 일반인도 아닌 야당 정책위의장이 막연히 그런 비판을 하면 안 된다”며 “김만제 의장의 주장에 대꾸하고 논쟁하는 것 자체가 싫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를 향해 사회주의적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하는 야당 및 일부 단체가 못내 거슬리는 듯 “전세계에서 정상적인 나라 가운데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나라가 몇이나 있나”라며 거듭 반문하고 “도대체 뭘 두고 사회주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짜증을 냈다.

그러나 그는 ‘민주노총의 신자유주의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