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팀 버튼〓?
팀 버튼 감독의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은 올 여름 예고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영화다.
이유는 간단하다. 68년 문명에 대한 섬뜩한 비판으로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한 동명 작품(감독 프랭클린 샤프너)의 명성과 ‘화성침공’ ‘슬리피 할로우’ 등을 통해 보여준 팀 버튼 감독의 독특한 색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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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스토리는 원숭이가 지배하는 혹성에 떨어진 한 인간이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68년 영화 ‘혹성탈출’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원숭이가 문명의 주인인 데다 인간을 지배까지 한다면? 두 작품은 이같은 공통된 상상에서 출발한다.
2029년 우주정거장. 공군 조종사인 대위 레오(마크 월버그)는 알 수 없는 전자파를 찾아 출동하지만 시대와 위치를 알 수 없는 행성에 불시착한다.
원숭이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이곳에서는 저능한 인간을 멸종시켜야 한다는 장군 테드(팀 로스)가 있는가 하면 공존을 주장하는 평화주의자 아리(헬레나 본햄 카터)가 있다. 노예 상인에게 넘겨졌던 레오는 아리의 도움을 받아 대나(에스텔라 워렌) 등과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영화는 1억달러(약 1300억원)의 제작비에 어울리게 이전 작품에 비해 손색없는 원숭이 분장과 대규모 전투 장면 등 볼거리가 많은 화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팀 버튼 감독의 인간에 대한 비판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조롱으로 느껴질 정도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분리시키되 차별하지 않는다’ ‘인권 옹호’를 들먹이는 원숭이들의 대화는 현실의 인종차별정책을 연상시킨다. ‘첫 원숭이’ 시몬스와 구세주가 될 원숭이의 재림 등 종교, 정치, 사회에 걸쳐 인간 세계를 패러디한 혹성 주인들의 모습도 ‘털 없는 원숭이’ 인간과 다를 게 없다.
‘버튼 마니아’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불만족스럽게 느껴질지 모른다. 전편을 이미 봤다면 상식적인 수준의 스토리와 구성 등으로 버튼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보다는 흥행성과 ‘타협’하는 대목이 자주 눈에 띠기 때문이다.
전작의 하이라이트는 주인공 테일러(찰톤 헤스톤)가 부서진 자유의 여신상의 잔해를 보면서 자신이 탈출을 시도했던 행성이 바로 지구라는 사실을 깨닫는 마지막의 오싹한 반전(反轉)이었다. 버튼을 비롯한 이 작품의 제작진이 가장 고민한 대목으로 알려져 있다. 배급사인 20세기 폭스 코리아는 24일 시사회에 앞서 마지막 반전을 기사에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 작품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끝까지 영화를 보고 내리는 게 좋다. 당신의 엄지 손가락을 조금 치켜올릴지 아니면 아래로 꺽을지. 12세 이상 관람 가. 8월3일 개봉.
gskim@donga.com
▼표정까지 살린 특수분장 원숭이1000명X4시간▼
최근 대부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컴퓨터그래픽(CG)이 주도하고 있지만 ‘혹성탈출’의 볼거리는 특수분장이다.
이 영화에서 원숭이 장군으로 나오는 테드(팀 로스)와 그의 심복인 애터(마이클 클락 던컨), 여자원숭이 아리(헬레나 본햄 카터) 등 ‘원숭이’ 역할을 한 연기자들의 특수분장이 압권.
특히 팀 로스는 원숭이로 분장한 상태에서 대사는 물론 미세한 표정 연기까지 해냈다. 애터 역의 마이클 클락 던컨은 목소리와 체격만 짐작할 수 있을 뿐 실제 얼굴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이 작품에는 주요 배역을 포함, 1000여명에 이르는 원숭이 분장이 필요했다. 특수분장은영화 ‘맨 인 블랙’ ‘그린치’ 등으로 아카데미상을 5차례나 받은 릭 베이커가 담당했다. 베이커 팀은 원숭이의 이와 납작한 코, 얼굴 근육, 머리카락 등을 일일이 재현했는 데 엑스트라 한 명의 분장에만 4시간여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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