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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이성락/싼 약만 찾다간 국민건강 망친다

입력 | 2001-07-27 18:30:00


정부는 파산지경에 이른 국민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보험료의 점진적인 인상, 의료수가 급여기준의 재조정 등은 나름대로 갈등의 소지가 있으나 도덕성을 흔드는 행정조치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대책 중 약제비 절감 방안으로 내놓은 몇 가지 사항은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이 조치는 국내 제약업계의 목을 졸라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더욱 쇠퇴의 길로 몰리게 된 중소 제약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부당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 몫이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정부는 약제비 절감 방안의 하나로 ‘저약가 대체조제’를 떳떳이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을 망각한 시책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의사가 고가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을, 속칭 리베이트를 챙기기 위한 것으로 몰아감으로써 고가약품을 처방하지 못하도록 여론몰이를 했다. 여기에 시민단체들도 약사의 대체 조제권을 확대해 비싼 약품 대신에 값싼 약을 소비자에게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책이 국내 중소 제약회사를 살리는 길이라고 스스럼없이 주장하기도 했다.

중소 제약회사를 육성하려면 정부가 세제 지원이나 연구개발비 지원을 통해 제품의 질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높이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값은 싸지만 질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약을 많이 팔아줌으로써 중소 제약회사를 돕겠다는 발상은 의료소비자인 국민을 우롱하는 조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구나 이번 조치에 따르면 의사가 처방한 비싼 약을 약사가 생동성(生動性) 시험 완료 품목(속칭 카피제품) 중 값이 싼 약으로 대체 조제하면 약값 차액의 일정률(30%)을 약사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함으로써 보험재정 안정화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즉, 의사가 처방한 1만원 상당의 질 좋은 약을 약국에서 2000원 상당의 값싼 약으로 대체 조제하면 차액 8000원의 30%인 2400원을 약사에게 주고 5600원은 보험재정에서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의사가 고가 의약품을 환자 치료제로 처방하는 것은 사치 행위가 아니다. 의사가 비록 값이 비싸더라도 고품질의 약을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은 의사로서의 의무이며 지켜야 할 윤리이기도 하다.

또한 환자는 최상의 품질이 보장된 약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이를 지켜줄 의무가 있다.

값싼 의약품이 질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원료의 함량 미달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순도가 낮은 원료를 함유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만약 원료의 순도가 낮은 약품을 값이 싸다고 해서 의사가 처방한다면 환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분명하다고 하겠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국민에게 싸구려 약을 주도록 유도하는 것이 윤리적인 일인지 심사숙고해 볼 일이다. 현대사회에서 보험제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나라의 국민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이야기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성 락(한국병원경영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