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프루츠 바’ 간판을 내건 상점에 손님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도심 속에 새로 등장한 프루츠 바는 커피나 차, 술이 아닌 과일을 특화시켰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카페나 바와 구별된다. 과일을 갖가지 방법으로 가공한 탓에 실험정신이 풍성한 메뉴들도 많이 눈에 띈다.
◈'스무디'는 과일죽?
‘스무디(Smoothy)’는 단순히 물과 과일을 믹서에 갈아 만드는 생과일 주스와는 차원이 다르다.3∼4가지의 과일, 프로즌 요구르트, 셔벗, 아이스크림, 우유 등을 넣고 갈아 만든 것으로 걸쭉하면서도 복합적인 맛을 내는 것이 특징. 영양이 많아 오전에는 식사대용으로 먹는 직장 여성들도 있다.
대부분의 업소들은 신선한 계절과일을 진열해 놓고 즉석에서 제작과정을 보여준다. 가격대는 대략 3500∼7000원.
최근 서울 강남역과 압구정동에 있는 오피스타운 주변에 스무디를 전문으로 하는 업소가 많이 생겼다. 지난 달 강남구 신사동에 생긴 ‘LA주스’(02-548-6887)에서는 ‘생과일 칵테일’을 연상시키는 메뉴를 내놓고 있다. 라즈베리 얼음 파인애플 프로즌 요구르트 등을 넣고 만든 ‘러브포션 넘버10’, 청포도주스 오렌지 셔벗 바닐라아이스크림 등으로 만든 ‘쇼킹 베리’ 등이 대표적 메뉴. 복숭아 바나나는 피로회복에, 포도와 딸기는 변비에, 열대과일은 더위 해소에 좋다는 설명을 붙여놨다.
압구정동에서는 ‘버블 스무디’를 고안한 ‘코피오카’(02-515-3032)가 유명하다. 거품처럼 투명하며 포도알보다 조금 작은 열대과일 ‘타피오카’를 갈아 둔 생과일에 섞는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음료로도 인기. 이를 먹기 위해 고안된 직경 1.5㎝의 대형빨대도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회사원 김지은씨(28)는 “카페에서 무심코 청량음료를 시켜 먹는 것보다는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미국 유학시절 먹던 스무디와 맛이 비슷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일을 응용한 모든 것
서울 신촌과 이화여대 부근에는 과일을 소재로 한 다양한 메뉴를 파는 과일전문점이 크게 늘어났다. 일본, 홍콩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루츠 카페’를 벤치마킹했지만 메뉴는 독창적인 것이 많다.
계절과일을 이것저것 섞어 놓은 ‘모둠과일’, 생크림 소스를 얹어 놓은 ‘과일샐러드’, 생과일 함유비율을 높인 ‘과일빙수’, 과일을 으깨어 속으로 넣은 ‘과일 샌드위치’ 등이 3000원∼1만원대.
이화여대 앞에 달포전 문을 연 ‘캔 모아’(02-362-2541)에는 과일모둠 생크림 우유에다 시리얼을 섞은 ‘와일드싱’이 인기다. 학생들이 다이어트식으로 많이 찾는다. 의자가 천장에 동아줄을 꼬아 매단 그네여서 ‘앉아 노는 재미’도 있다.
‘과일이야기’(02-3147-0946)에는 1∼4인분으로 세분화돼 있는 모둠과일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 ‘과일까게’(02-393-0780)에서는 모듬과일 과일샌드위치 생과일 주스를 하나로 묶은 ‘러브 프루츠 세트’가 인기품목이며, 가져갈 경우에는 가격을 20% 가량 깎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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