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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산문집 '해독' 펴낸 문학평론가 이명원씨

입력 | 2001-07-27 18:34:00


그는 ‘문단의 게릴라’로 통한다. 혹자는 ‘비평계의 골칫거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불편부당한 ‘독립적 지식인’으로 인정하는 이도 적지 않다.

문학평론가 이명원(31). 그는 극단의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낸 첫 평론집 ‘타는 혀’가 발단이다. 김현 같은 한국 비평계의 거목을 ‘겁없이’ 비판한 것이다. 김윤식 교수에게는 ‘표절’ 혐의까지 들이밀었다.

이로써 열혈 청년은 스스로 ‘이단’의 십자가를 졌다. 이런 파문으로 대학원 박사과정도 ‘자의반 타의반’ 중도하차해야만 했다. 학계의 권위주의와 패거리주의의 벽은 개인이 돌파하기엔 높고 두터웠다.

파문이 가라앉은 지금, 그는 조용히 산문집 하나를 냈다. ‘해독’(새움)이란 제목부터 의미심장하게 보인다.

“해독(解毒)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겼습니다. 독기에 쏘인 제 삶을 푸는 해독제는 글쓰기 뿐이라는 다짐과 제 글이 만든 독을 스스로 풀겠다는 생각입니다.”

그의 표정은 한결 평온하고 여유있어 보였다. 센세이션이 한창일 때의 날선 표정은 찾을 수 없었다. 말못할 고민의 시간이 그를 단련시킨 것일까.

“대학원 자퇴후 얼마간은 정신적인 혼란을 겪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깨우친 것은 외부로의 ‘비판’이란 내면의 ‘실존’이 담기지 않는다면 자기파괴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산문집을 ‘자기점검의 산물’이라고 자평한 것은 이런 뜻이다. “스스로 공적인 자아(비판)와 생물학적인 개인(실존)을 점검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여러매체에 발표한 글을 묶으면서 3분의 1 가량을 새로 써 넣었다. 대부분 개인사에 대한 에세이다.

도시영세민의 우울한 표정에 갇혀 있었던 유년시절, 개척교회 전도사인 모친이 끌고간 교회에서 접한 ‘이단의 언어’, 지휘자의 꿈을 접고 문학으로 인도한 가난의 기억….

“부끄럽고 착잡한 기억을 꺼낸 것은 스스로 정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적 자아를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평론가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요.”

‘솔직함’이란 미덕은 작품 비평에서도 드러난다. 애매한 수사나 거창한 용어 뒤에 숨는 법이 없다. 늘 명징한 언어로 분명하게 호불호(好不好)를 밝힌다. 소설가 백민석이나 정영문의 작품을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다”고 비판하거나, 신경숙의 소설을 “절망과 그로 인한 고통을 맴도는 폐쇄회로”라고 일갈하는 것이 한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씨를 ‘냉혈한’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오해다. 이 책은 ‘투명한 글쓰기’가 갖는 야들야들한 언어의 속살을 만질 기회도 제공한다. 김선우의 시 ‘목포항’을 읽으면서 아름답게 덧난 사랑의 상처를 탐구하거나, 이대흠의 시 ‘홍수 속으로’에서는 진부한 세계에서 눈먼 사랑을 찾을 때 그는 로맨티스트처럼 보인다.

이씨는 요즘 ‘손가락을 빨면서’ 책읽기와 글쓰기만 전념하고 있다. 소속이라면 문예지 ‘비평과 전망’의 동인과 서울경신고등학교 OB남성합창단원이 유일하다. 적잖은 시간 동안 풍찬노숙(風餐露宿)이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표정은 밝다.

“앞으로 ‘맹목과 통찰’이란 테마로 4·19세대 비평가의 업적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고자 합니다. 김현 김우창 백낙청 김윤식 유종호 같은 찬사 일변도인 선배들의 업적에 대한 ‘균형찾기’를 시도할 생각입니다.”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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