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한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취임 후 대북 관련 발언을 종합하면 ‘동맹국인 한국의 대북 화해 협력정책을 적극 지지하지만 아직 북한을 믿을 수는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물론 그의 발언은 점차 유연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의 변화에 대한 평가에서는 한국과 적지 않은 시각차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파월 장관은 1월 17일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독재자’라고 규정했고 4월 11일 유럽순방 중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전체주의 정권”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빌 클린턴 전 행정부 집권 말기 ‘남북관계를 추월하는 북-미관계의 진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3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관계를 둘러싼 한미간 갈등 양상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을 받으면서 파월 장관의 대북관련 발언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6월 6일 조지 W 부시대통령의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재개’ 성명이 발표되면서 그의 발언은 더욱 대화 지향적으로 바뀌었다.
파월 장관은 “북한이 진지해지면 우리도 포용하는 선택의 시간과 장소를 찾을 것”(3월 7일 하원 청문회), “우리가 정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5월 14일 CNN과의 회견)이라고 하다가 2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모든 문제를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부 고위당국자는 “부시 행정부가 실제로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현실’을 차츰 수용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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