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유도 영웅’ 계순희가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유도 여자 48㎏급에서 ‘깜짝 우승’했을 당시 나이는 고작 16세.
국제유도연맹(IJF)의 ‘선심성’ 와일드카드로 경험이나 쌓자며 출전했던 올림픽에서 계순희는 당시 ‘84연승 신화’를 자랑하던 일본의 유도여왕 다무라 료코를 누르고 우승하며 세계 유도계를 경악시켰다.
계순희는 애틀랜타올림픽 우승으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로부터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았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는 아파트 한 채와 벤츠 승용차를 선물로 받는 등 북한 최고의 스포츠 영웅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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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계순희는 인민체육인으로 대우를 받으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편안한 생활을 누린 데다 16세 사춘기의 신체적 성장으로 체중이 불어 한 체급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계순희는 52㎏급으로 체급을 올린 뒤 97년, 98년 아시아경기대회, 99년 아시아선수권 등에서 우승했지만 최고의 무대인 세계선수권(97년 2위, 99년 3위)과 시드니올림픽(3위)에서 연속 정상 정복에 실패하며 두 체급 정복은 무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결국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힘을 앞세운 쿠바 유도의 강세에 밀려 준결승벽을 넘지 못하고 동메달에 만족해야했다.
하지만 시드니올림픽 이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목표로 1년간 강훈에 들어간 계순희는 마침내 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한 것.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5년 만에 세계정상에 복귀한 그의 나이는 아직 21세에 불과하다.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선이 굵은 유도를 구사하는 계순희는 올 체코오픈 우승에 이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름으로써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 유도여왕으로 군림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세계 여자 유도계의 ‘계순희 시대’를 활짝 열었다.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