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성장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2·4분기 GDP성장률이 0.7%로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0.9%∼1.2% 범위에서 멀어져 기대에 못미쳤다. 그러나 이런 실망스런 결과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오름세였다. ‘이미 반영됐다’는 것과 함께 그래도 소폭이나마 플러스(+)성장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경기 침체가 2분기부터 본격화됐고 따라서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물론 3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될지 모르지만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뤄야 경기 침체라 일컫는데 4분기 회복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3분기만의 부진으로 경기 침체를 구성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 악화가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한 주를 마감했다.
지난 주 나스닥시장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실적 악화 경고가 잇따라 나오면서 2주만에 다시 지수 2000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나흘만에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간기준 하락률은 0.01%로 주중에는 급한 하락을 보였지만 다시 제자리 찾고 한 주를 마감했다.
이 중에서도 나스닥시장의 반등시 가장 큰 힘을 보탠 업종이 반도체 업종이란 점이 주목할 만 하다. 반도체는 실적악화가 전망된 업종 중에서도 가장 업황이 좋지 않은 쪽. 그러나 이러한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다른 업종을 제치고 크게 상승을 기록했다는 점이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다른 업종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반도체를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 주 530선까지 폭락했지만 주말까지 연사흘 10% 넘는 반등을 기록하며 600선을 넘어섰다. 단기간의 하락폭이 과했기 때문에 반등폭도 컸다는 평이지만 최악의 경기 실적 악화 국면은 지났다는 다소 희망적인 전망도 상승에 일조했다.
지난 주 쉴새없이 발표됐던 기업들의 실적은 한 숨 돌릴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도 경기 회복이나 기업 실적 회복의 징조가 갑자기 나타날 가능성도 없기 때문에 여름 휴가철을 맞아 주식시장의 큰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하락세가 반도체 업종의 상승으로 멈췄고 여기서부터 반등의 실마리를 차분히 풀어나가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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