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대학의 이름이 절대 알려지지 않도록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7일 24개 주요 대학의 대입 특별전형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출입 기자들에게 “적발된 대학의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지난해말 재외국민 특별전형과 농어촌특별전형 과정에서 서류위조 등의 부정사례가 잇따라 드러나 떠들썩하자 교육부가 2월 연인원 240명을 투입해 점검한 결과의 발표였다.
특별전형에 대한 첫 조사인데다 총장 7명 등 144명을 조치토록 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도 거뒀지만 교육부는 결과 발표에 미온적이었다. 처음 보도자료에는 ‘서류확인 소홀 ○개 대학’ 등 어느 대학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 ‘맹탕’이었고 다시 만든 자료에도 ‘A대는…’하는 식으로 해당 대학의 영문 이니셜이 아닌 단순 A, B, C, D 대학으로 나열해 놓았다.
기자들의 요구로 마지못해 이름을 구두로 밝힌 뒤 감사관실과 대학지원국간에 ‘이름을 밝히면 어떻게 하느냐’며 서로 싫은 소리가 오갔다는 후문이다.
교육부가 익명을 강조하는 이유는 “청소년 성매매가 적발돼 처벌까지 받은 사람의 신상이 공개되면 ‘이중처벌’이 되는 것처럼 이미 엄한 제재를 받은 대학의 이름이 또 언론에 알려지면 피해가 크다”는 요지다.
입시 업무로 대학에 지시하거나 협조관계가 필요한 입시담당 부서의 경우 껄끄러운 일로 인한 고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을 찾아내 바로잡고 재발하지 않도록 기강을 세워야할 교육부가 ‘문제대학’을 감싸고도는 모습은 뭔가 거꾸로 됐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약점을 잡힌 모양’이란 억측도 나왔다.
대학들은 ‘대학자율’을 되뇌지만 허술한 입시관리를 보면 자격을 갖췄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교육부의 ‘온정주의’가 대입 부조리 근절에 무슨 도움이 될까.
이인철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