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성당에 한 달째 버티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 이달 말까지 ‘나가달라’는 성당측의 요구에 민주노총은 여전히 응할 움직임이 없다. 이 때문에 명동성당과 경찰측이 애를 태우고 있다.
수배를 피해 지난달 29일 명동성당으로 피신한 단병호(段炳浩)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 4명의 ‘천막농성’이 한 달을 넘겼다.
18일 명동성당측은 민주노총에 ‘7월31일까지 성당에서 철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 달이면 사태를 해결하는데 충분한 시간인데다 명동성당은 수배자의 ‘일시적’ 피신처 구실만 해야 한다는 것이 성당측의 입장. 명동성당 관계자는 29일 “우리 입장은 전달했으니 나머지는 민주노총이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농성자를 억지로 내보내지는 않을 분위기다.
민주노총측은 명동성당 신세를 지고 있는 것에 대해 물론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 달만에 나가라고 하는 건 심하다”며 서운해하고 있다. 손낙구 대변인은 “성당 입구에서 경찰이 지도부를 검거하려고 입을 벌리고 있는데 나가라고 하는 것은 우리를 경찰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애간장이 타는 쪽은 경찰. 지도부 체포령이 내려진 뒤 대대적인 검거활동을 벌였으나 이들이 명동성당 안으로 피신해버려 눈앞에 두고도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특히 단 위원장이 성당에서 몰래 탈출할 것에 대비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명동성당 주변에는 전경 500여명이 에워싸고 중부경찰서 직원 30여명이 여름휴가도 미룬 채 24시간 감시중이다.
한 경찰관은 “말이 농성이지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천막을 치고 텔레비전과 냉장고 선풍기를 갖춰 놓은 채 밥은 배달시켜 먹고 책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면 화가 치민다”고 투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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