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리우회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결의하며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지방의제 21(Local Agenda 21)’을 채택했다. 이후 각국은 이 선언에 입각해 1960년대 이후 추진돼온 경제개발 일변도에서 환경을 고려한 개발로, 그리고 정부 중심의 개발방식에서 정부와 기업, 시민의 파트너십에 의한 개발로 나가고 있다.
한국도 이 선언을 기초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제 21’을 정식으로 채택했거나 추진 중이다. 2001년 1월 현재 ‘지방의제 21’은 16개 광역자치단체가 모두 수립을 완료했고, 기초자치단체 232개 중 128개가 완료됐으며 50여개가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전국 조직으로 ‘지방의제 21 전국협의회’가 현재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초단체가 의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으며 이미 의제를 채택한 자치단체도 정책의제의 형성과 개발에서 활성화가 미흡한 실정이다.
기초자치단체에서 아직 의제 채택이 안 되는 이유는 자치단체장이 ‘지방의제 21’을 알지 못하고 있거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지역의 시민, 기업, 지방정부간의 파트너십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대통령 산하 ‘지속 가능 발전위원회’와의 기능상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주요한 이유이다.
21세기에도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할 한국의 입장에서는 ‘지방의제 21’을 적극 채택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행정을 줄이고 주민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방의제 21’을 채택해야 한다. 둘째,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주민, 기업, 지방정부가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을 추진할 경우 사업추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셋째, ‘지방의제 21’은 지역의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인 의제개발과 실천전략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기업, 시민단체가 자치단체의 정책과정에 수렴됨으로써 사회적 통합은 물론 시민단체와 지방정부 사이의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충분한 이유 때문에 지역개발은 ‘지방의제 21’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도 단체장들의 인식과 의지에 달려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개발 차원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민단체나 지역기업들을 정책과정에 참여시키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물론 시민단체와 기업들의 역량도 높아져야 한다. 기업인들의 친환경적 마인드와 시민단체들의 전문성 및 자발적 봉사정신 등이 요구된다.
한국은 아직 지방자치의 역사가 짧아 서구 선진국과 같은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단체장의 인식전환과 함께 시민, 기업들이 ‘지방의제 21’을 중심으로 협력적 파트너십을 이룬다면 지역발전의 속도를 앞당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의 민주적 제도화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송 재 복(호원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