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듀엣 ‘브라운 아이즈’의 멤버 나얼(23)이 ‘화가’로 나선다.
나얼은 8월2∼12일 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드로잉과 설치 작품전을 갖는다. 60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나얼의 스승이자 행위 예술가인 박이창식과 함께 하는 공동작품전이다.
윤건(24)과 나얼로 결성된 ‘브라운 아이즈’는 최근 리듬앤블루스 ‘벌써 1년’으로 정상을 달리는 그룹. 음반이 35만장 선을 넘어섰는데도 열기가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뮤직비디오로만 활동할 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흑인을 소재로 한 나얼의 드로잉은 인종 차별에 대한 자유의 외침이 주제다. 나얼은 마빈 게이 등 흑인 뮤지션을 비롯해 아프리카 원주민의 표정과 생활을 섬세한 터치로 묘사하고 있다.
전시장 벽에 골판지를 붙인 뒤 그 위에 드로잉을 하기도 하며 미군 부대 쓰레기장에서 나온 박스를 소재로 반전 메시지를 담은 설치 작품도 선보인다.
미국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나얼은 10대때 흑인 음악에 매료되면서 흑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흑인을 주제로 한 나얼의 작품
나얼은 “흑인 음악은 20세기 대중 음악의 기원인데도 그 주인은 대중에게서 따돌림당해왔다”며 “이런 모순을 흑인의 진솔한 얼굴을 통해 고발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갈색 눈동자를 가진 동양인의 정체성도 함께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얼은 계원조형예술대학 매체예술과를 졸업했으며 전시 작품은 재학 시절 틈틈히 그린 것이다. 그는 “음악이나 미술은 동일한 의식의 서로 다른 표현 매체일 뿐”이라며 “미술은 언젠가 꼭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라운 아이즈’는 8월초 얼굴을 드러낸다는 당초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대신 후속곡 ‘위드 커피’의 뮤직비디오로 방송 활동을 대체하면서 ‘얼굴 감추기’를 지속한 뒤 가을경 콘서트를 갖는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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