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위원장이다.”
“아니다, 부위원장은 현재 공석이다.”
출범 직후부터 인사를 둘러싸고 바람잘 날 없던 영화진흥위원회가 이번에는 부위원장직을 놓고 ‘집안싸움’을 재현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7일자로 이용관 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됐다. 지난해 5월 이씨를 포함한 영진위 신진 세력에 의해 부위원장에서 불신임됐던 조희문씨(상명대 교수)가 법원에 낸 ‘부위원장 불신임결의 무효확인 소송’과 ‘이용관 부위원장직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법원은 ‘불신임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조씨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무효로 판결하고 이씨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신청도 받아들였다.
문제는 현재 부위원장이 누구냐는 것. 조씨는 “불신임 결의가 무효로 확인됐으므로 27일자로 내가 부위원장”이라며 “법적으로는 당장이라도 출근해 부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진위는 “조씨는 현재 부위원장이 아니며 부위원장직은 공석”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진위측은 그 근거로 확정 판결전까지 자신을 영진위 부위원장 직무대행자로 선임해 달라는 조씨의 청구를 법원이 기각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서로 주장이 엇갈림에 따라 영진위는 30일 담당 판사에게 부위원장직의 공석여부를 문의해놓은 상태. 현재의 논란과 관계없이 2주일 내에 영진위가 항소하지 않으면 1심 판결이 확정돼 조씨는 부위원장직을 회복한다. 영진위는 항소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영화계에서는 영화발전에 앞장서야 할 영진위가 임기 10개월을 남겨둔 부위원장을 놓고 법적 다툼과 갈등을 빚기보다는 하루빨리 안정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영진위는 1999년 5월 출범 때부터 신-구세력들이 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놓고 다툼을 벌여왔으며 이 과정에서 신세길, 박종국 위원장과 문성근 부위원장이 잇따라 물러나고 위원들이 대거 사표를 내는 등 진통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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