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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정순영/'서대문 역사관' 재정 지원을

입력 | 2001-07-31 18:28:00


1908년 일제의 강압으로 서울 서대문 밖 현저동에 세워진 당시 경성감옥은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 서울구치소 등으로 이름이 바뀌다가 1987년 경기 의왕시로 옮겨갔다. 일제는 1910년 우리의 국권을 빼앗은 뒤 1945년 광복 때까지 항거하는 애국지사 4만여명을 이곳에 투옥했으며 유관순 열사, 강우규 의사 등 무려 400여명의 애국지사가 이곳에서 순국했다. 실로 항일독립운동의 현장인 것이다.

형무소가 의왕시로 옮겨간 뒤 10여년 동안 서대문형무소 터는 누구도 돌보지 않은 채 폐허처럼 방치되었다. 그러다 1996년부터 서대문구청이 사학자 등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 생존자와 유족의 증언을 듣는 등 고증작업을 거쳐 1998년 11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새롭게 개관하였다.

일제시대 악명 높던 옛 보안과 건물을 개수해 역사전시실과 체험의 장, 통곡의 장으로 꾸며 애국지사에 대한 고문 장면과 재판 장면을 밀랍인형으로 재현했으며 당시의 사료를 전시해 놓았다. 원형상태로 보존된 사형장은 선열들이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생과 사가 점철된 곳이다.

개관 2년 반이 된 올해 6월에는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일본인을 포함해 외국인 7만여명도 이곳에서 일제의 만행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체험했다. 이곳에서는 또 백범 서거 50주년 기념음악회를 비롯해 항일학생운동사, 일제 강점기 전국의 감옥현황, 일제침략역사 왜곡자료 전시회 등 민족의 혼을 일깨우는 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중앙정부가 해야 할 역사적 사업을 기초자치단체의 힘으로 복원하여 개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개관 이후 관리에 따르는 일체의 비용을 서대문구청이 지출하고 있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연간 10억원 이상의 관리비는 입장료 수입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애국지사들의 새로운 유품 수집도 재원 확보가 어려워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 비난에 앞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국민과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국민교육의 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정부는 기초자치단체가 버겁게 복원해 운영하고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해줘야 한다.

정 순 영(서울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