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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신종 스포츠에 매료된 우충원씨

입력 | 2001-07-31 20:12:00


30대 회사원, 10대와 20대 유학생, 20대 공익근무요원.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하지만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이들은 어김없이 한 곳에 모인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비가 오락가락 내리던 지난달 20일에도 이들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내 잔디운동장에 모였다.

이들을 묶는 ‘접착제’는 아직 국내에서는 낮선 ‘라크로스(Lacrosse)’.

헬멧을 쓰고 보호장갑을 끼고 스틱을 들고 경기를 하기 위해 이들이 운동장으로 들어간 지 5분도 안돼 여기저기서 “헉, 헉”하는 가쁜 숨소리가 쉴새없이 터져 나왔다.

간간히 “억”하는 소리도 흘러 나왔고 몇 명은 잔디 위로 나동굴어졌다.

금새라도 몇 명이 운동장밖으로 실려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스틱에 어깨부위를 맞고 치열한 몸싸움에 넘어져도 누구 하나 얼굴을 찡그리고 운동장 밖으로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선수교체를 하는 것 이외에는.

걱정스런 눈으로 보고 있던 기자에게 동호회의 총무격인 우충원씨(23)가 “보호장구가 있는 데다 규칙이 엄해 크게 위험하지 않아요”라고 안심시켰다.

지난해 한국체대를 휴학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있는 우씨가 라크로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한 98년.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 온 한 선배가 같이 라크로스를 해보자는 것이 인연을 맺게 된 계기.

2년전 인터넷을 통해 ‘코리안 라크로스 유니언’이라는 지금의 동호회에 가입한 우씨는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열성적인 회원. 대부분이 미국에서 유학중인 회원들은 유학중 학교에서 라크로스를 배운 뒤 방학때 귀국해 인터넷을 보고 이 동호회 회원으로 가입했다.

박진감과 스피드. 우씨를 포함한 회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라크로스의 매력이다. 서로 몸을 부딪치고 상대 수비수를 피해 빠르게 운동장을 휘젖는 묘미가 어떤 다른 스포츠에 비할 것이 못된다는 것.

정말 그 묘미에 흠뻑 빠져든 듯 이들은 굵어진 빗줄기에도 좀처럼 경기를 그만두지 않았다. 경기 시작 2시간이 지나 입에서 단내를 푹푹 뿜어내고서야 아쉬운 듯 운동장을 빠져 나왔다.

스틱에 맞아 벌겋게 된 어깨부위를 가르키며 “아프지 않냐”고 묻자 몇 명은 오히려 “어디요?”라고 되묻는다. 아픈지도 몰랐던 것이다.

“재미있는 구경하셨어요?” 땀과 비에 흠뻑 젖은 옷을 입은 채 운동장을 빠져 나가던 회원중 한 명의 질문에 불현 듯 이들의 동호회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떠 있는 ‘너희가 라크로스를 아느냐’는 문구가 떠올랐다.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