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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배낭여행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자

입력 | 2001-07-31 20:19:00


1992년 10인승 밴을 타고 세계에서 모인 여행자들과 함께 알래스카, 멕시코 등 북중미를 여행했다. 여행은 무거운 배낭을 멘 채 등산도 하고 각 나라의 흙 냄새와 현지인들의 체취를 맡으면서 2주일 동안 계속됐다. 이 경험을 통해 선진화된 여행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고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만남도 소중한 여행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자연, 문화, 모험의 종합적인 체험을 추구하는 여행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 '진짜 한국'보여줄 방법인데

1996년 회사를 만들어 진짜 한국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주말마다 세계의 젊은이들을 밴에 싣고 오지를 헤맸다. 오지의 마을이야말로 이 땅의 ‘속살’이며 그곳에 사는 토종사람들과의 만남이 여행의 ‘참맛’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외국인과 국내인을 섞어 한 팀을 10명 정도로 하고 밴에 취사도구를 싣고 다니며 숙박은 야영을 원칙으로 한다. 문화유적 탐사, 래프팅, 산악자전거, 트레킹을 포함한 테마 여행으로 다른 여행사와는 다른 점이 많아서 외국인들의 이용률이 높다. 외국인들은 ‘한국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많은지 몰랐다’며 감탄하곤 한다.

외국에서는 배낭여행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발달해 있어 그곳에서 여행정보와 음식, 여행상품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관광객은 이곳에서 얻은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여행 방법을 연구하고 계획한다. 한국은 이에 비하면 낙후된 여행문화를 가지고 있다.

외국인에게 한국 관광은 볼거리와 살 것이 부족한데다 가기도 힘들며, 쉬고 즐길 것도 거의 없다는 견해가 많다. 싸게 살 수 있는 특산품이 부족하고 물가도 일본을 제외한 주변국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 불친절한 택시 기사와 끔찍한 교통난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고궁이나 민속촌 등은 외양만 번듯할 뿐 진정한 볼거리 개발을 외면하고 있다. 교통 편의시설도 부족해 외국 관광객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서울과 인근 지역, 경주와 제주도가 거의 전부인 것이 현실이다.

일본과 중국에 비해 한국은 여러 면에서 불리한 여건인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나름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놀거리가 있다. 또 일본과 중국을 이웃에 두고 있어 오히려 잘만하면 동아시아의 관광 중심지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비되지 않은 교통표지판, 여행안내소, 바가지 요금, 전문성이 결여된 여행가이드, 천편일률적인 여행상품, 불편한 언어 소통 등 총체적 부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외국인이 공항에서 접근하기 쉬운 서울 서대문구 신촌 부근에 외국인 배낭족을 위한 저렴한 숙박시설인 게스트 하우스를 내년 초에 오픈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하지만 이런 숙소를 운영하는데는 공공 부문에서나 민간 부문에서나 여러가지 어려움이 존재한다.

공공 부문의 어려움으로는 소규모 배낭여행 숙소인 게스트 하우스와 호스텔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정부지원이 불가능하다. 유스호스텔 같은 경우에는 청소년 수련시설로 간주돼 여행자 숙소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이 관리함으로써 매년 80만명의 배낭여행자가 방치된 채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간 부문에서도 게스트 하우스 같은 실질적인 배낭여행자 숙소는 소자본으로 운영되는 민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운영자는 대부분 관광업 비전문가들이다. 이에 따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경영을 하지 못해 수익을 내기 어렵고 다시 배낭여행 숙소의 질을 더욱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 숙소 등 편의시설 적극 홍보를

마케팅의 한계도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국제 유스호스텔 연맹이나 호주, 미국 등은 배낭여행자 숙소와 호스텔을 정부 지원으로 네트워크화하여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지만 한국은 업체간의 공동 마케팅이나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배낭여행자 숙소의 해외홍보 역시 전무한 상태다. 이제는 배낭여행자 유치 방안에 대해 범정부적인 마케팅과 행정적, 재정적, 법적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승건(트렉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