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컴퓨터가 체스판 위에서 10월 재대결한다.
세계 체스챔피언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크람니크(26)는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슈퍼컴퓨터 ‘딥프리츠’와 대결 계획을 밝혔다. 10월 바레인에서 8일간 8번 승부를 겨루게 된다. 크람니크씨는 이날 회견에서 “컴퓨터가 1초에 400만수를 읽는다는 말을 듣고 몹시 겁이 났다”며 엄살을 떨었다. 지난해 11월 세계 체스 챔피언에 오른 그는 이번 대국이 스승을 꺾은 ‘인공 두뇌’에 설욕할 기회라고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1997년 당시 체스 세계챔피언으로 슈퍼컴퓨터 ‘딥블루’에 패배했던 게리 카스파로프는 그의 스승이며 ‘딥프리츠’는 딥블루의 성능을 개선한 후속 기종이기 때문.
86년 11세 때 세계 청소년 체스 챔피언에 오른 뒤 카스파로프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그는 스승이 4년 전 뉴욕에서 컴퓨터에 무너지는 모습을 본 뒤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다.
97년 대국과 달리 크람니크씨는 컴퓨터의 역대 대국 기록을 볼 수 있으며 6시간마다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또 8일간의 대국 기간 중에는 컴퓨터의 관련 프로그램을 변경할 수 없도록 했다.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