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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박상민 8집 코믹송 철저히 배제 "내 색깔은 슬픔"

입력 | 2001-08-01 18:37:00


가수 박상민(37)은 음반을 낼때마다 두가지 얼굴을 보였다.

순애보형과 개그맨형이 그것.

첫 히트곡인 ‘멀어져간 사람아’(1994년)를 비롯해 ‘애원’ ‘비원’ ‘다짐’ ‘신(Sin)’이 절절한 사랑을 노래한 반면 ‘청바지 아가씨’ ‘무기여 잘있거라’ ‘전과탈출’은 익살스럽다. 1999년 10월부터 8개월간 KBS 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휴먼체험 대장정’에서 원숭이 ‘오순이’와의 정겨운 싸움도 개그맨형의 한 사례.

그러나 최근 발표한 7집 ‘필(Feel)’에는 코믹송을 한곡도 넣지 않았다. 활동 재개후 쏟아지는 TV 오락프로의 출연 섭외도 전부 물리쳤다.

“코믹송이 흥행을 보장하지만 본래의 ‘내 음악’은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서로 이질적인 노래가 동시에 히트하는 바람에 나도 헷갈렸어요.”

타이틀곡 ‘연인’은 박상민류 발라드의 전형이다. 호소력 짙은 허스키 가창력과 주체할 수 없을만큼 복받치는 슬픔의 표현 등.

‘연인’은 박상민과 절친한 탤런트 손지창이 작사했고 작곡은 황세준이 했다. 박상민은 “손지창씨가 슬픈 가사를 반나절만에 썼다”며 “30대 초반에 그만한 감수성을 가진 게 부럽다”고 말했다.

‘연인’의 뮤직비디오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건 한 남자를 그렸다. 남자는 악마와 사투를 벌인다. 뮤직비디오는 노래의 전개와 영상의 조화가 돋보인다. 미국 모델 알렉스 매닝과 데이빗 맥기니스, 영화배우 이세은이 주연이고 박상민은 이들을 지켜보는 배역으로 1, 2초간 출연했다.

음반의 수록곡은 대부분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이중 ‘러브 송’ 등 다섯곡은 일본의 듀엣 ‘차게 앤 아스카’의 멤버인 아스카가 작곡했다. 이번 음반 녹음에 소요된 기간은 다른 때보다 두배나 많은 445시간이었다.

궁금한 점 하나.

30대 중반을 넘은 노총각인 그에게 슬픔의 표현력은 어디에서 올까.

“가슴의 온기입니다. 세상을 따뜻한 가슴으로 바라보면 웃음도 잦지만, 오히려 작은 실망에도 슬픔이 솟구칩니다.”

최근 원숭이 오순이의 죽음도 그에게 큰 슬픔이다. 그동안 정이 들어 키우려고 했으나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 주인에게 보냈는데 비보를 전해들었다.

박상민은 9월말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이어 부산 등 전국 순회 공연에 들어간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