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록 페스티벌을 장마철에 하나요?”
폭우로 엉망이 된 ‘소요 록페스티벌’(7월27∼29일·경기 동두천시)을 지켜보던 P씨(여·26)의 질문. 실제로 첫날에는 공연이 열리지 않았고, 28일에는 핵심 그룹인 ‘메가 데스’의 공연이 폭우로 지연되자 김경호 ‘노브레인’ 등은 무대 뒤에서 발만 구르다 집으로 돌아갔다. 무대 천장에 설치된 천막은 빗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찢어졌다.
이에 앞서 99년 7월31일 ‘세계 수준의 록 페스티벌’을 지향하며 인천에서 개막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무대 일부를 무너뜨릴 정도로 쏟아진 폭우로 2박3일의 공연 일정중 하루만 진행된 뒤 취소됐다. 주최측이 입은 피해액만 10억원.
그렇다면 P씨 말대로 날짜를 조정하면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외국의 유명 록그룹들이 대부분 일본 대만 등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이나 콘서트 일정에 맞춰 우리나라 일정을 잡기 때문.
공교롭게도 우리 장마철에 열리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은 ‘우드 스톡’(미국) ‘글래스톤배리’(영국) 등에 버금가는 세계 수준의 록 페스티벌로 급부상하고 있어 해외 유명 록그룹으로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서고 싶어하는 무대.
올해처럼 ‘후지 록 페스티벌’ 일정이 ‘소요…’와 겹쳐 버리면 국내에는 스타 그룹들이 거의 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99년 ‘트라이포트…’가 중도 취소된 것도 당시 출연하려던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등이 ‘후지…’와 일정을 맞추려다보니 장마철로 일정을 조정했던 게 화근이었다.
그렇다면 국내 그룹으로만 록 페스티벌을 열 수 있을까? 국내 록그룹만으로 대형 록 페스티벌을 주최할 수 있을 정도로 문화가 성숙하지 않았다는 게 공연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아시아권의 각종 공연을 피해 지난해 8월초 열릴 예정이던 제2회 ‘트라이포트…’는 유력 그룹을 섭외하지못한데 따른 예매 부진으로 공연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다. 당분간 국내 록 페스티벌은 장마철에 열릴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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