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이런 때 갑자기 손님이라도 들이닥쳐 시원한 맥주를 찾으면 어떻게 할까요.
급히 가게에 가도 찾는 손님이 많아서인지 금방 냉장고에 넣은 것뿐입니다. 어쩔 수 없이 냉동실에 맥주병을 넣게 되죠. 실제로 얼마 지나면 맥주병이 차갑게 됩니다. 그렇지만 마개를 따 잔에 붓고 보면 미지근한 상태 그대로여서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이럴 땐 얼음을 잘게 갈아 수건을 적신 다음 맥주병에 감고 선풍기 바람을 쏘이면 맥주가 금방 차가워집니다. 캔 음료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금방 시원하게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를 사막의 유목민이 가지고 다니는 물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막을 횡단하는 유목민이나 상인들은 늘 양이나 염소 가죽으로 된 물통을 지니고 다닙니다. 사막의 온도가 높기 때문에 그들의 허리춤에 매달린 물통 속의 물도 더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매우 시원합니다.
비밀은 가죽으로 된 물통 속의 물이 조금씩 새어나와 증발하면서 주위의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입니다. 물이 기체가 되기 위해서는 ‘기화열’이 필요합니다. 물통에서 새어 나온 물이 증발할 때 빼앗아 가는 것도 바로 이 기화열입니다.
만약 얼음을 잘게 갈 수 없다면 얼음통을 꺼내 그 속에 맥주병을 파묻습니다. 이 맥주병을 손가락으로 몇 분간 돌리면 금새 속까지 시원해집니다. 이것은 얼음이 녹을 때 주위로부터 빼앗는 ‘융해열’과 물의 기화열을 이용한 것입니다. 맥주병을 돌려주는 것은 물의 증발을 빠르게 하고 맥주병 내부의 열교환도 쉽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잠깐 퀴즈. 냉동실에 소주와 맥주를 그대로 뒀다면 어떻게 될까요.
답은 ‘소주는 얼지 않고 맥주는 얼어 터진다’입니다. 물의 어는점은 0℃, 에탄올(알코올)의 어는점은 -114℃입니다. 맥주에는 에탄올이 4% 정도 들어 있고 소주는 25∼35% 정도여서 당연히 에탄올의 함량이 많은 소주는 쉽게 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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