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 이름 도메인이 남의 수중에 있다니…"
평소 문중일에 관심이 많던 네티즌 곽모씨는 여름 휴가를 맞아 문중 홈페이지를 만들려다 자신의 문중 도메인이 몽땅 선점 된 것을 알고 기가 막혔다.
자신의 본관인 포산이 들어간 'posankwak.com' 도메인이 포산 곽씨 문중과 무관한 김모씨에 의해 이미 등록돼 있었던 것.
확인결과 김씨는 포산곽씨 문중 도메인은 물론 경주 김씨 (경주김.com kyeongjukim.com kyongjookim.com) 경주 최씨(경주최.com kyeongjuchoi.com) 등 주요 문중 도메인을 670여개를 확보하고 있었다.
김씨는 작년 9월부터 2달간 350여개의 영문 문중도메인을 등록했으며 320여개의 한글.com 도메인을 확보, 5000명 이상의 문중 구성원을 가진 문중 도메인 670여개를 등록해 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가 확보한 영문 문중 도메인과 한글 문중 도메인
본관이 원주인 김씨는 "문중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wonjukim.com' 도메인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문중 도메인이 미등록 상태인 것을 알게 돼 도메인 확보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씨가 도메인 사냥에 나섰을 때 김해 김씨, 안동 권씨 등의 문중에서는 이미 자신들의 문중 도메인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문중들은 무료 홈페이지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도메인을 이용해 문중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어 김씨는 어렵지 않게 이들 문중의 도메인을 가져갈 수 있었다.
김씨가 문중 도메인을 대량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메인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문중에서도 김씨에게 도메인 관련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게 도메인 이전 문의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남의 문중 도메인을 가져가 비싼 값에 되팔려는 속셈 아니냐'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씨는 "처음 도메인 확보에 나섰을 때는 장삿속이 없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김씨는 "앞으로 문중의 공식적인 요구가 있다면 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도메인 확보를 위해 투자한 비용은 700만원이 넘지만 해당 문중에서 이전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면 필요한 비용만 받고 넘겨줄 것이라는 것.
도메인 전문가들은 "문중도메인 선점에 대한 분쟁사례가 많지 않아 누구에게 도메인에 대한 권리가 있는지 판단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com' 도메인을 놓고 분쟁을 벌이기 보다는 '.org'나 '.or.kr' 등의 도메인을 이용해 문중 홈페이지 도메인을 관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박종우he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