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사인 MGM은 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세계 50개국 기자들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두 배우에게 베드신에 대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이 영화가 매우 야한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기 때문. 기자들의 질문은 인터뷰 석상의 두 배우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로 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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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영화사 측은 베드신에 관한 질문을 더 이상 하지 말아달라고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반데라스도 “섹스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두 남녀의 로맨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감동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산타모니카 MGM 시사실에서 본 이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마이클 크리스토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인지 구성이 치밀했다.
영화는 초반에 러브 스토리로 시작했다가 중반 들어 추리물로 바뀌며 종반에 다시 러브스토리로 되돌아 간다.
특히 마지막 대 반전은 손에 땀을 쥐고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베드신은 초반과 중반 모두 합쳐 5분 정도에 불과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19세기 지도상의 멕시코 만과 그 옆의 쿠바를 클로즈업한다. 이어 나타나는 아바나 항의 시원한 바다전경.
쿠바의 젊은 귀족 루이스 바르가스(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사진 한 장을 들고 바닷가의 번잡한 시장통을 헤매며 애타는 표정으로 누군가를 찾고 있다. 오늘도 기대가 물거품이 되고 만 듯 그는 먼바다의 수평선만 바라본다. 그의 애타는 가슴을 더욱 달구듯 쿠바 원주민들의 전통 타악기 소리가 요란하게 이어진다.
루이스는 젊고 잘 생긴 커피농장 주인. 그에게 단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아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중개인을 통해 미국에서 온 아름다운 줄리아 러셀(안젤리나 졸리)을 아내로 맞아들이면서 그는 행복한 순간을 맛본다.
이어 루이스는 아내의 미심쩍은 행동을 하나 둘 목격하지만 자신의 신경과민으로 돌린다. 그러나 결국 줄리아가 자신의 돈을 갖고 사라지자 분노에 치를 떨며 아내의 과거를 캐기 사작하고,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이 영화에서 줄리아는 사기꾼으로 돈을 노리고 루이스에게 접근했다가 루이스의 목숨을 건 순진한 사랑에 감동을 받는 역할이다.
원작은 미국의 소설가 울리히의 ‘어둠 속의 왈츠’. 크리스토퍼 감독이 직접 소설을 각색한 뒤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 말미에 대 반전을 끼워 넣어 이야기의 흐름을 뒤바꿔 놓는다. 이는 감독이 할리우드 취향에 맞추기 위한 것. 작품의 긴장을 배가시키기 위해 배경도 미국 뉴올리안즈에서 쿠바로 바꿨다. 한국 개봉은 10월13일.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