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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사랑방]대통령 기분 따라 요동친 골프

입력 | 2001-08-05 17:58:00


한국 골프는 정치권의 시각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골프와 정치권, 특히 골프와 대통령에 얽힌 일화들은 오래된 얘깃거리다. 우선 박정희 전 대통령. 하루는 한양CC에서 한국일보 사주인 고 장기영씨와 라운딩했다. 9홀을 돌고 나서는 “재미없으니 그만하자”는 대통령에게 장기영 사장은 자신이 시범을 보이겠다며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그러나 헛스윙. 이를 지켜보던 박 대통령이 껄껄 웃으며 나머지 9홀을 다 돌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골프 마니아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 Y모 프로를 주 3회씩이나 불러 교습 받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부부도 골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한번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안양 베네스트CC에서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등과 게임을 준비하다 티샷 동작중 뒤로 넘어지는 사건(사진)이 발생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있었던 ‘골프 금지령’에는 이 일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사실 골프 관련 산업은 거대한 비즈니스다. 클럽 한 세트의 가격이 고급 승용차 한 대 값. 기술축적에 따른 노하우와 브랜드만 따라준다면, 부품이 2만5000개 이상 들어가는 승용차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높은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 나라 대통령들은 기분에 따라 골프를 좌지우지했다. 골프장 건설 인가를 받으려면 18홀 당 50억 원이 오고 간 것으로 알려진 때도 있었다. 골프를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대통령은 과연 언제쯤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