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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작가 볼프씨 가족 "버스타고 실크로드 횡단"

입력 | 2001-08-05 18:27:00

실크로드 횡단에 도전하는장 루이 볼프씨 가족


패션 사진작가인 프랑스인 남편, 전직 패션모델 출신인 한국인 아내, 여덟살짜리 아들, 이제 16개월인 딸, 그리고 두마리의 개. 이들 가족이 23일부터 할 일은?

놀랍게도 실크로드를 거쳐 서울∼파리를 버스로 100일안에 횡단하는 것.

“주변에서 걱정 많이 하시더군요. 두돌도 안된 어린애까지 데려간다고 하니 ‘미친 짓’이라는 얘기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저나 제 집사람이나 지금처럼 젊을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에 결심했습니다.”

장 루이 볼프(39)는 더듬거리지만 정확한 한국말을 구사했다.

한국 중국 키르기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크라이나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등 10개국 37개 도시를 거치는 총 1만8000㎞의 대장정.

다만 북한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인천에서 중국 따렌(대련)까지는 배를 타고 가야하는 것이 아쉽다.

89년 서울에서 열린 한 패션쇼에서 만나 92년 결혼한 이들 부부는 여행광. 인도네시아 몽골 흑룡강 등을 한달씩 돌아다니며 패션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이번 실크로드 횡단은 그때와 좀 다르다. 그들이 가는 곳은 섭씨 50도 넘는 사막, 해발 4000m가 넘는 산맥, 차바퀴가 푹푹 빠지는 스텝 등이 널려있다.

“길 잃어버릴 걱정은 안해요. 지도와 나침반으로 충분히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어요.”

볼프는 이번 여행의 목적을 ‘한국 아가씨부터 프랑스 아줌마까지’라고 말했다.

즉 여행 도중 만나는 여성들을 모델로 변신시켜 뷰티 사진을 찍겠다는 것. 다양한 인종, 생김새 그리고 특유의 아름다움을 가진 온갖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아 책으로 묶어낼 예정이다. 아직 누구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작업이어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는 게 볼프의 말이다.

볼프는 국내 패션업계에선 꽤 알려진 사진작가다. ‘하퍼스바자’ ‘엘르’ ‘마리끌레르’ ‘보그’ 등 패션잡지에 실리는 사진은 물론 태평양 제일제당 등의 화장품 사진도 찍었다. 또 배두나 황수정 박지윤 서태지 ‘H.O.T’ 등 연예인 사진도 심심찮게 찍었다.

여행 경비는 버스 구입 가격을 빼고 4000만원. 그것도 줄이고 줄여 잡은 액수다. 이중 1000만원은 여행 도중 찍는 사진을 나중에 잡지 등에 싣는 것을 조건으로 후원받았지만 나머지는 서울 이태원동의 사진 스튜디오 보증금을 빼 충당할 예정이다.

부인 최미애씨는 “그동안 여행 다니며 돈을 많이 썼기 때문에 이번 실크로드 횡단을 하고 나면 재산으로 남는게 버스 한대 밖에 없어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비행기삯도 없는 셈이죠. 후원을 좀 더 받았으면 하는데…. 하지만 돈이야 또 벌면 되는거죠.”

옆에 있던 8세짜리 아들 이구름(마크 볼프)이 입이 근질거린다는 듯 한마디 거들었다.

“학교 친구에게 여행 지도를 보여주니 모두 부러워했어요. 저, 동생도 잘 돌봐줄거구요, 아빠 사진 필름도 갈아줄 거예요.”

여행 도중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일 것 같냐고 질문했다.

오지에서 차가 고장나는 것, 아이들이 크게 아픈 것 등을 예상하던 기자에게 볼프는 예상 밖의 말을 한다.

“여행하면서 몸이 피곤하거나 차가 고장나는 등의 문제가 생겨 정작 해야할 일, 즉 좋은 사진을 사진을 찍으려는 ‘창조적 마음’가 사라질까 고민이예요.”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