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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화가 안견 작품 논란 '고잔도장축도' 일반공개

입력 | 2001-08-05 18:27:00


조선시대 초기의 화가 안견(생몰년 미상)의 작품인지 여부를 놓고 고미술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고잔도장축도(古棧道長軸圖)’가 일반에 공개된다.

안견연구회 이건환 회장은 8일∼10일 서울 종로구 수운동 수운회관에서 ‘고잔도장축도’의 원본과 부분별 확대사진, 원본의 자외선 촬영사진 등 기타 관련자료들을 일반에 공개하기로 소장자 이원기씨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발문을 포함해 세로 31.5cm에 가로 585cm의 두루마리로 표구돼 있는 ‘고잔도장축도’는 당 현종이 안녹산의 난을 피해 애첩 양귀비와 수도 장안(長安)에서 서촉(西蜀)으로 피난 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 지난해 10월 이 그림을 처음 공개한 소장자 이씨와 이 회장 등은 이 그림이 안견의 1441년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이 그림을 자외선으로 촬영한 결과, 안견의 호인 ‘지곡(池谷)’ 등의 낙관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자외선 촬영에서 나타난 안견의 인장은 위조된 것”이라면서 “‘고잔도장축도’가 진품이라면 내가 왜 앞장서서 문화재로 지정하자고 요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안 교수는 특히 1994년 “안견의 그림은 일본 텐리대(天理大)에 소장된 ‘몽유도원도’가 유일하다”고 주장, 학계에서 ‘안견 논쟁’을 촉발했으며 지난해 ‘고잔도장축도’가 발견되면서 ‘안견 논쟁’이 재연됐다. 현재 학계에서는 안 교수의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금까지 문화재에 대한 검증 작업은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이 기회에 진위여부에 대한 논쟁을 공론화하고 다양한 의견의 수렴을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일반 공개와 검증 과정을 통해 ‘고잔도장축도’가 진품으로 밝혀질 경우 한국미술사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전시회에는 흥선대원군의 ‘석파도인유란도첩(石坡道人幽蘭圖帖)’도 함께 공개된다.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