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로 회기가 끝난 7월 임시국회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야가 정쟁으로 날을 지새는 동안 민생 경제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추경예산안 처리 문제. 정부가 6월 임시국회에 제출했던 추경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한해와 수해 복구에 지원할 2778억원의 재해대책비가 발이 묶여 당장 10만4000여 침수피해 가구에 대한 복구비 지원이 차질을 빚고 있다.
또한 추경 지연으로 의료보호대상자 진료비 체불액 해소를 위한 재정지원도 늦어져 175만6000여명에 이르는 의료보호대상자들이 병·의원과 약국에서 문전박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처리 지연으로 국민에게 혼선과 피해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경부는 5월 사채업자의 3000만원 이하 소액대출 이자율을 연 60% 이하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그 시행에 필요한 금융이용자보호법안(일명 이자제한법안)은 국회 재경위에서 아직도 잠자고 있다. 8월 현재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불이행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은 전국적으로 330만명에 이르고 있다.
국회 상임위별 미처리 주요 민생법안
법사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상가임대차보호법안,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 관한 법안
재경위
이자제한법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지방경제살리기 특별조치법안
보건복지위
국민건강보험 재정건전화 특별법안,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농어촌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환경노동위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
산업자원위
재래시장활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 중소기업의 구조개선 및 경영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농림해양수산위
여성농업인육성법안, 어업협정체결에 따른 어업인 등 지원 및 수산업발전특별법 개정안
정무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안,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안
통외위
여권법 개정안
국방위
군사시설주변지역 생활환경 피해방지 및 보상에 관한 법안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보호를 위해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가맹사업 거래공정화 법률안이 정무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10만여개의 가맹점이 아직 제대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역시 정무위에 발이 묶여 있어 7조642억원의 거래 규모(지난해 말 기준)에 세계 2위(3월 OECD 보고서)의 전자상거래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의 전자상거래 질서 확립이 지연되고 있다.
소상인의 재산권 보장을 위해 여야에서 4개 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이나 재래시장의 재개발 재건축 및 정부지원 방안을 담은 재래시장 활성화 특별조치법의 상임위 통과 지연으로 소상인 및 영세상인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4월 상가임대차 문제와 관련해 집계한 피해사례는 일방적인 계약해지 4128명, 임대료 과다인상 2359명이었다. 95년 ‘중소기업 구조개선 특별조치법’에 따라 시장 재개발 사업시행 구역으로 선정되고도 5년 넘게 사업을 못하고 있는 재래시장만도 80개에 이른다.
이 밖에 전국적으로 부도난 공공 임대아파트가 22만가구에 이르는데도 주택임대차 보호법 지연으로 많은 세입자들이 임대보증금을 떼일 처지에 놓여 있다. 보육시설의 국고지원을 늘리기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 지연으로 40만명에 이르는 보육료 지원 대상 영유아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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