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한 달간 여름 휴가에 들어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9월부터 미사일방어(MD)계획 세금감면 에너지 환경 등 그동안 강경 보수 논란을 빚어온 정책에서 벗어나 교육 이민 의료 등 ‘가치 중심적’ 정책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대대적 전환을 모색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취임 후 6개월 동안 감세 에너지 환자권리보호 등 주력 법안을 모두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성과를 올렸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과의 거리감은 오히려 커졌다”면서 “그는 선거유세 당시 내건 ‘온정적 보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에게 감정적이고 개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백악관 참모들이 가장 염려하고 있는 점은 부시 대통령의 주요 정책이 기업 등 일부 부유층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넓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
셀린다 레이크 민주당 정치분석가는 “유권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감세 에너지 환경정책을 단지 부유층을 위한 선물로 보고 있다”면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중도 보수 정책으로 선회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300만명에 이르는 멕시코계 불법 체류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시사한 것에서도 이 같은 정책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또 소수민족 여성 노인 유권자층에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동안 뒷전에 밀려나 있던 노인층을 위한 처방의약품 제공 확대, 10대 임신율 저하를 위한 성교육 강화 등 프로그램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는 정치권에서는 지지를 얻고 있지만 종교계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기금 지원 여부가 올 가을 부시 대통령의 정책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결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은 4일 휴가 길에 오르기 앞서 “논란이 되고 있는 줄기세포 지원 문제에 대해 9월 초 의회가 재소집되기 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10월로 예정된 중국 방문에서 부시 대통령이 중국 정부측과 MD 계획에 대한 어떤 타협을 이뤄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 같은 정책 변화를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국민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선 이달 중순 에너지 위기와 관련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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