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안전기획부에 오래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국가정보원 간부의 업무비밀 누설 사건을 보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과거 5, 6공화국과 문민정부를 거치면서 안기부의 일부 고위 간부들이 정권의 핵심 실세나 집권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에게 줄을 대고 정보를 넘겨준 일이 있었다는 것은 전직 간부 직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부하 직원들이 발로 뛰고 혹은 며칠씩 철야근무를 하면서 생산한 보고서를 일신의 영달을 위해 유출한 고위 간부가 그 대가로 정부 고위직에 임명됐다면 후배 요원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이번 국정원 보안 사고도 과거 일부 고위 간부들의 행태를 모방해 보려는 중간 간부급에 의해 발생한 사건으로 보인다.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정보 유출이나 줄서기만 잘하면 출세한다는 풍토 아래서는 이런 사건이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
외국 정보기관에 정보를 유출한 것이나 국내 고위층에 유출한 것이나 기본적으로 같은 성격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정원 요원들은 정치나 인사 문제에 휩쓸리지 않고 국가 안보와 국익을 위해 충실히 근무하기만 하면 응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해야 한다. 국정원의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깊이 새기고 지금도 과거처럼 줄서기 풍토가 만연돼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한 윤 종(경기 성남시 분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