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선수는 무엇으로 사나?
정답은 바로 ‘폼생폼사’.
타이거풀스 토토컵 국제여자축구대회에서 강호 일본과 비기는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큰 한국 여자축구. 뜨거운 그라운드를 누비며 거친 몸싸움을 마다 않는 선수들을 보면 흔히 우락부락한 ‘아마조네스 전사’를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 20대 초중반인 이들은 그라운드 밖에만 나서면 의외로 섬세하고 수줍은 성격의 소유자들.
우선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전 숙소에선 으레 ‘거울과의 전쟁’이 식전행사처럼 벌어진다. 화장을 고치랴, 머리 모양을 다듬으랴 바빠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감독의 엄포는 매번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하성준 숭민원더스 감독은 지난해 훈련 집중을 위해 선수들에게 “머리에 들인 ‘노란’물을 빼라”고 지시했다가 다음날 보라 빨강으로 머리 색깔을 바꾸고 나타난 선수들의 모습에 그만 두손을 들고 말았다.
선수들의 ‘짧은 입’도 빼놓을 수 없다. 체력 유지를 위해 과자 금지령을 내리지만 숙소에 귀신같이 과자를 반입, 배를 채우고 식사 땐 일찌감치 숟가락을 놓기 일쑤다. 바로 몸매 관리를 위한 다이어트 때문이다. 일부 대학팀 감독들은 밥그릇을 들고 다니며 선수들 밥 먹이는 데 매달릴 정도.
그럼에도 한국 낭자군의 투지는 놀랍기만 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헤딩, 태클 장면이 이번 대회에서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남자축구 못지않은 파이팅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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