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의 데뷔전에서 패한 김성한 감독에게 물어봤다.
“슈퍼스타인 이종범의 등장이 선수들에게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느냐”고. 대답은 “NO”. 그는 “선수들 사이에 위화감 같은 건 없다. 종범이가 워낙 선후배 사이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가는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엔 “최근 선수들의 경기집중력이 종전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YES”. 김감독은 “선수들의 (구단에 대한) 기대심리가 상당히 큰 것 같다. 이를 걱정해 두차례나 미팅을 통해 들뜨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알게 모르게 기대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새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가 위기에 빠졌다. 전반기에 37승4무40패로 선전했지만 후반기 8경기에서 1승1무7패의 하향세로 4위에서 5위로 내려 앉았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불펜에 있다. 기아는 전반기 마무리를 맡았던 오봉옥의 구위가 현저히 떨어진데다 새로 ‘소방수’ 임무를 맡은 사이드암스로 박충식마저 불안해 경기후반 실점비율이 높아졌다. 급기야 오봉옥은 3일 2군행.
하지만 부진의 이면에는 정신적인 영향도 컸다는 지적. 기아 타이거즈가 후반기 게임을 펼친 7월말은 창단 준비작업과 이종범 복귀 문제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던 시점.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선수단을 떠났던 이종범 이강철이 돌아오고 궁핍한 살림을 하던 팀도 든든한 재력을 가진 구단으로 넘어가니 그야말로 ‘세상이 바뀌었을’ 법 하다. 김감독은 자칫 해태시절 똘똘 뭉쳐 해보자던 선수단의 ‘헝그리정신’이 실종될까 우려하고 있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4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 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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