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노련한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70년대 초부터 행정부 요직을 두루 거치며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쌓은 럼스펠드 장관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제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각료로 부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고위 정치관료’에게 필요한 능력 평판 철학 및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 등 ‘4박자’를 고루 갖춘 흔치 않는 인물이라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평가. 럼스펠드 장관은 부시 행정부의 수석장관인 파월 장관과의 ‘기세 싸움’에서 연이은 승리를 기록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일방주의’ ‘고립주의’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사일방어(MD) 계획을 꿋꿋하게 추진하는 데는 럼스펠드 장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MD 계획을 통해 럼스펠드 장관에게로 힘이 실리면서 주변국과의 협조 필요성을 외치는 ‘온건파’ 파월 장관의 의견은 거의 무시되는 실정. MD 계획 외에도 보스니아 평화군 감축, 시나이 반도의 미군 철수, 아프리카 평화군 훈련 중지 등을 외치는 럼스펠드 장관의 주장이 속속 채택되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이 파월 장관을 제치고 부시 행정부 최고 실세로 부상하게 된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탁월한 협상 능력 덕분이라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평가. 미국 최고의 외교 수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헨리 키신저 전국무장관조차 “막후에서 반대파 정치인과 1 대 1로 만나 담판을 짓는 실력이 나보다 한 수 위”라며 “야망 능력 철학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면서 럼스펠드 장관을 치켜세웠다.
한편 럼스펠드 장관과 파월 장관은 “부시행정부의 외교안보팀 내에 갈등이 없다”면서 불편한 관계 소문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최근 미국-호주 각료회담에 나란히 참석한 두 장관은 다정한 모습으로 공동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우리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면서 “언론이 행정부내 갈등을 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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