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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여유있는 1등, 공격하는 2등…업계순위로 본 광고전략

입력 | 2001-08-06 18:24:00


‘업계 1등과 2,3등 간에는 광고에서도 차이가 있다.’

우선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는 광고부터 다르다. 이들은 ‘이런 점이 좋습니다’하는 평범한 표현을 당당히 거부한다. 대표적인 예가 가전업계의 거인 소니. 군더더기 없이 ‘소니제품입니다(It’s Sony)’라는 간결한 광고 카피 한마디만을 전한다.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현대자동차는 차의 성능보다는 멋진 차의 외관을 주로 보여준다. SK텔레콤은 ‘리더는 다릅니다’‘꼭 011이 아니어도 좋습니다’라는 ‘여유’를 부리며 이미지 광고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1등을 추격하는 업체들의 광고를 보면 다양하고 요란한 전술전략이 모두 동원된다. 조금이라도 눈길을 끄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다르다’는 메시지로 차별화를 꾀하거나, 1등을 밀어주는 희안한 경우도 있다. 끊임없이 1등을 물어뜯는 비교광고도 많이 쓰인다.

▽차별화〓휴대전화 서비스 가운데 011 ‘TTL’은 특정 계층을 겨냥한, 가장 성공한 광고로 꼽힌다. 신인 임은경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10대들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도전장을 던진 016의 ‘Na’는 1위인 TTL의 이미지를 깨뜨리기 위해 정반대의 컨셉트를 동원했다. 신비로움에 맞서 엽기와 촌스러움으로 허를 찌른 것. ‘아버지, 나는 누구에요?’란 카피는 순식간에 유행어가 됐고 Na의 가입자도 TTL에 육박하는 230만명(7월말 현재)으로 불어났다. 최근 시작한 광고도 TTL의 희망에 맞서 절망을 주요 컨셉트로 잡았다.

▽우린 1등 아니에요〓때로는 제입으로 최고가 아니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이 성공을 부른다. 미국의 에이비스(AVIS) 렌터카는 1952년 창업 이래 계속 적자에 허덕였다. 1962년 에이비스는 ‘우리는 2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라는 넘버2 캠페인을 시작했다. 자기 회사를 업계 2위라고 인정한 것는 광고 역사상 처음. 사실 2등에도 미치지 못했던 에이비스는 이후 매출이 급상승, 허츠(Hertz)에 이어 진짜 2위 자리에 올랐다.

국내의 대우자동차도 최근 ‘현대차 승승장구 하십시오’란 광고를 시작했다. 대우차가 있어야 1위 현대차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내용. 어찌보면 ‘대우차가 없으면 현대차도 없다’는 ‘반(半)위협’이다.

▽1등을 물어뜯어라〓후발업체에게 있어 비교 광고만큼 자극적이고 빠른 마케팅 수단은 없다. 자기들이 1위업체와 맞먹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검색사이트의 대명사 야후는 그런 면에서 ‘동네북’이 된 경우. 초기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이순신장군님, 야후는 다음이 물리치겟습니다’를 내놓은 후 99년말에는 엠파스가 ‘야후에서 못찾으면 엠파스’란 비교광고로 인지도를 엄청나게 높였다. 최근에는 MSN이 라이코스의 상징인 사냥개와 엠파스 토끼를 상대로 ‘이렇게 밖에 못찾을래?’라며 핀잔을 주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방영되는 광고의 35%는 경쟁제품과의 비교광고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7월 법률개정으로 비교광고가 원칙적으로 허용됐다.

▽성벽이 너무 높으면 돌아가라〓이런저런 방법도 통하지 않으면 아예 독자적인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유리한다. 해태음료의 ‘콤비 옐로콜라’는 국산 815콜라가 코카콜라의 아성에 막혀 고전하는 것을 거울삼아 만든 컨셉트다. 검정색이 정상인 콜라시장을 우회해 노란색으로 틈새시장을 뚫은 것. 스프라이트 역시 ‘콜라가 아닌 음료(Un-Cola)’를 카피로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