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매끈한 피부, 윤기가 넘치는 머릿결…’ 서울 강남과 대학가를 누비는 20대 초반 ‘멋쟁이’ 여성들의 관심은 ‘바탕 가꾸기’에 쏠려 있다. 몇 년 전까지 ‘세련미’로 여겨졌던 두꺼운 파운데이션과 진한 립스틱은 이들에게 촌스럽게 여겨질 뿐이다.‘바탕 가꾸기’의 목표는 ‘단순해 보일 것’. 꾸미는 것보다는 깔끔하고 자연적인 이미지를 갖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단순(simple)’이란 말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빚어내는 대명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부, 깨끗하고 매끈할 것〓잡티 하나 없는 건강한 피부는 ‘바탕 미인’들의 생명. 화장을 거의 하지 않고도 유난히 투명한 피부가 돋보이는 ‘전지현’이나 ‘심은하’가 이들의 우상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드림피부과 서구일 원장(37)은 “요즘 들어 앳된 외모의 만 20세 여성들이 주름살 제거제인 ‘보톡스’ 주사제를 맞게 해달라거나 노화방지 화장품을 추천해 달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 원장은 “진한 화장보다 본 바탕이 되는 피부를 맑게 가꾸는 것이 차별화, 고급화 전략으로 비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명 국내외 화장품 업체 관계자들도 “중년 여성들을 위한 고가의 천연화장품이나 기능성 화장품보다 기초화장품을 찾는 20대 초반 여성 소비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원 이모씨(21·여·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한달 평균 10만원 이상의 목욕제품을 구입한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살결을 가꾸는 것이 ‘속살’에 좋은 보양식 한 그릇을 먹는 것과 같은 일종의 건강관리”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전문목욕용품업체 중 하나인 바디숍의 한 관계자는 “20대 초반 여성고객의 증가로 매출액이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머릿결&손톱, 깔끔하고 건강할 것〓박준미장의 박현진 매니저(35·여)는 “‘패션리더’ 로 일컬어지는 20대 초반 여성들은 머리스타일을 크게 변화시키거나 독특하게 염색을 하는 것을 꺼리는 대신 머리카락에 모발 전용 영양제를 고루 바르는 등 모발 관리(트리트먼트)서비스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트리트먼트 서비스는 1회에 1만5000∼4만원대. 눈에 보이는 효과를 보려면 5∼10회는 받아야 하지만 ‘바탕미인’을 꿈꾸는 20대 초반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번화가 곳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손톱, 발톱 관리 업소도 마찬가지.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의 권영희 원장(46·여)은 “20대 초반 여성고객 가운데 80% 이상이 누드나 투명한 것 등 자연스러운 색깔을 선호하며 채색보다는 손톱 주변 각질을 제거해 깔끔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주 관심사”라고 말했다.
▽왜 ‘본 바탕 가꾸기’인가?〓㈜태평양 미용연구팀의 김희선 연구원(32·여)은 “90년대에는 고정된 ‘땅’의 이미지를 연출하는 트윈케이크 등으로 ‘감추는 미용’이 인기였지만21세기에는깨끗하고투명한 ‘물’의 이미지가 유행”이라며 “세계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이런 트렌드를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20대들이 ‘바탕 가꾸기’에 더 몰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과학대 뷰티디자인과 손호은 교수(36·여)는 “프랑스 등 미용 및 패션 선진국에서부터 불어오는 자연주의의 열풍을 20대 초반 패션 리더들이 발빠르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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