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2·4분기 실적 발표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주요기업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시스코 시스템즈사의 실적이 공개됐다. 시스코는 한 때 미국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하며 IT기업의 미래를 밝히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거듭되는 주가하락으로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반도체 업종의 인텔과 함께 선두를 다투는 주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화요일(현지시간) 장마감 후 발표된 시스코사의 실적은 기대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발표됐다. 7월까지의 분기 수익이 주당 2센트를 기록해 예상치와 일치했다. 물론 이러한 실적은 작년에 비해서는 무려 90% 이상 감소한 수준이고 매출을 비롯해 대부분의 수치가 줄어든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계속해서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그보다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반도체와 함께 양대 축을 구축하고 있는 네트웍 장비 업종을 대표하는 시스코사가 향후 사업 전망을 어떻게 하는가에 몰렸다.
그러나 시스코는 지난 번 반도체 업종의 대표 주자인 인텔사가 회복을 전망한 것과는 달리 소극적인 전망을 나타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스코사의 CEO인 존 체임버스 회장은 실적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아직까지 실적 악화가 마무리되지 못했으며 바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1∼2분기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시스코사가 다른 12월 결산기 기업들과는 달리 7월결산이기 때문에 시기상으로 1개월의 영업기간이 차이가 났고, 따라서 다른 기업들보다도 실적 호전 소식을 빨리 전해줄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물거품이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회복을 보이고 있던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도 부정적인 의견이 다시 돌출하면서 잠시 반등했던 기술주 전반에 다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금 뉴욕증시에서 기다리는 소식은 대시장을 이끌 수 있는 대표적인 업체가 3·4분기 들어 업황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를 밝혀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실적 발표나 기업들의 동향을 보면 아직까지 실질적으로 실적이 회복되는 기업이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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