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권 인사들 중엔 “대통령의 속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굵직한 정치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나봐도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가 없고, ‘비공식 라인’을 통해 들려오는 얘기도 없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기류에 정통한 민주당의 한 소장의원은 “김 대통령의 관심과 생각을 10으로 잡는다면, 경제문제가 5, 남북문제가 4쯤 되고 정치문제는 1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그래도 그렇지, 안테나에 잡히는 정치 소식이 너무 없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요즘 김 대통령은 정치문제에 대해 보고를 해도 가타부타 말없이 ‘알았어’라고만 대답하고 마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마치 ‘돌부처’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러기가 벌써 한 석 달쯤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의 정치참모라고 할 수 있는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이나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으로부터도 정치와 관련된 코멘트를 듣기가 어렵다. 8일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단독 주례보고 발표문에도 정치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여권 관계자들은 의도야 어떻든 정국을 더 꼬이게 만든 언론사 세무조사도 김 대통령이 정치문제에 대해 입을 닫게 된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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