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이 내년도 예산 세출 규모를 올해보다 1조엔 가량 줄였다. 이 같은 사상 최대의 예산삭감을 통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의장을 겸하고 있는 경제재정자문회의와 재무성은 7일 합동회의를 갖고 내년도 일반세출 예산을 2001년도의 48조6589억엔보다 7000억∼1조엔 줄어든 48조엔 규모로 하는 내용의 ‘2002년도 예산 요구기준’을 확정했다. 국채 발행액도 당초 예상했던 33조3000억엔보다 3조3000억엔 적은 30조엔 이하로 억제하는 등 긴축재정을 통한 재정건전화를 꾀하기로 했다. 이번에 확정된 기준안은 정부 각 부처의 예산 요구시 지침이 된다.
이 같은 예산 삭감은 1998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내각에 이어 4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삭감 폭은 사상 최대규모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출을 줄일 여지가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존 지출 부문에서 5조엔 가량을 삭감하는 대신 정보기술(IT) 환경 지방활성화 등 7개 분야에 2조엔의 예산을 중점 배분해 강력한 구조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문별로는 총 일반세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공공투자 분야를 전년도보다 10% 가량 감축하기로 했다. 또 정부개발원조(ODA)와 일반정책경비 등도 10% 삭감한다. 일본 정부는 올해 사상최대 규모인 10조4000억엔을 공공투자에 쏟아붓는 등 최근 3, 4년간 줄곧 공공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을 꾀해왔다.
이 밖에 사회보장비는 전년도 예산에 비해 증가분이 5000억∼7000억엔을 넘지 않도록 억제할 방침이다.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상은 “주일미군 주둔 경비 등을 포함한 방위비도 삭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해 미국측 반발이 예상된다.한편 일본 정부가 마련한 특수법인 개혁안에 대해 각 성청이 모두 반발하고 있어 고이즈미 내각의 첫번째 구조개혁 작업은 난항에 부닥쳤다. 이 개혁안은 157개 특수법인의 사업성을 재검토해 폐지 또는 민영화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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